저기 그곳에 내가 서 있네
김현호 지음ㅣ좋은땅ㅣ204쪽ㅣ1만2000원
“침대를 박차고 나와 출근을 서두르던 어제까지의 부산한 시간은 정지돼 있었다.”
은퇴 첫날의 공허함을 묘사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 저자는 더 나아가기보다는 먼저 스스로를 재정의하기로 한다. “우선 그 텅 빈 공간을 편안하게 유영하며 그동안의 삶을 비워내기로 했다.”
1982년 일간지 기자로 입사해 월간지와 언론 통신사 사장까지. 38년 동안 짜인 삶 속 치열하게 살아왔다. 이후 패러글라이딩 등을 하며 자유분방한 일상을 되찾았지만, “연령·사회적으로 사그라들고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 아닌가” 의문만 들었다. 그 무렵 TV를 보다 매료된 ‘상담학’. 저자는 “자신에 대한 통찰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답을 가지고 경기도의 한 상담대학원에 입학하며 인생 제2막을 맞이한다.
은퇴 직후, 학교생활,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기까지 소소한 일상에서 자신을 찾는 ‘고요한 처절함’을 보여주는 에세이. 은퇴를 앞둔, 혹은 삶을 반추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두려움이 몰아친들 꿋꿋이 나아갈 수 있겠느냐고 나는 지금 나에게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