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草稿)는 다 비슷하게 별로입니다. 이를 누가 더 많이, 오래, 될 때까지 끈질기게 고칠 수 있느냐가 우리를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로 나누는 기준입니다. 초고의 완성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고치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소설가 문지혁의 책 ‘소설 쓰고 앉아있네’(해냄)에서 읽었습니다. 매거진 채널예스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으로 소설작법, 작가의 일, 글쓰기의 의미 등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글을 ‘단번에’ 써야 한다는 ‘작가-예술가’ 신화가 글쓰기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일필휘지로 천의무봉의 작품을 써 내는 작가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존재라는 것이죠. 심지어 헤밍웨이도 이렇게 말했다네요. “뭐든 처음 쓰는 것은 다 쓰레기다(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
결국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성실하게 작품을 다듬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저자는 “글쓰기(writing)란 언제나 다시 쓰기(rewriting)”라면서 말합니다. “좋은 작가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직장인과 같아요. 매일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하게 쓰고, 일정하게 좌절하고, 일정하게 고치는 사람만이, 그 길고 건조한 무채색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좋은 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일정하게 쓰고, 고치는 직장인…. 신문기자야말로 그런 직업일 텐데요. 기사를 후루룩 써서 온라인에 빨리 게재하는 일이 점점 더 중시되고 있지만, 결국 글 쓰는 힘은 인쇄되어 나오면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수없이 퇴고를 거듭하며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너무 옛날 사람 같은가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