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가 사라졌다
김윤덕 지음|나남출판|336쪽|1만8000원
“펑퍼짐한 아줌마라, 나는 좋다.” 서문부터 요즘 시대에 퍽 지나치기 어려운 문장이다. 최근 2030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길에서 아줌마 소리 들은 젊은 여성이 서러워 울음을 터뜨렸다”는 일화와 “그럼 ‘군인 아저씨’는 막 해도 되는 말이냐”는 글이 옥신각신 다툰다. 과거 아줌마의 의무로 여겨졌던 집안 살림은 비혼·출산 거부 시대와 맞물려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저자는 스스로 이 문제적 아줌마를 자처한다. 30년간 신문기자로 일하며 ‘줌마병법’이란 이름으로 써 온 칼럼들을 책에 모았다. 단순히 여성만을 주인공으로 삼거나 찬양한 글들이 아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아내였고, 어머니였고, 며느리였던 아줌마들의 바로 곁 남성들이야말로 이들 삶 속에 녹아든 달콤쌉쌀한 인생 백서의 절절한 동반자들이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직후 잠깐 느낀 아내의 빈자리만으로도 집안 곳곳이 생기를 잃었다 느끼는 남편(표제작 ‘아내가 사라졌다’), 빙판에 삐끗한 아내 대신 김장김치 담그기에 도전한 장년 남성이 “살림 그거 우습게 봤더니, 아니더라. 사람 살리는 일이더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시아버지의 김장김치)이 그렇다.
저자는 우리가 이 땅의 아줌마들을 둘러싼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를 이렇게 전한다. “내게 현자(賢者)란 학식이 높은 지식인이나 명망가가 아니었다. 시대의 밑바닥을 온몸으로 살아낸 무명의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