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사피엔스

대니얼 리버먼 지음|왕수민 옮김|프시케의숲|644쪽|2만6800원

당신은 매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목만 앞으로 쭉 빠진 거북이가 됐다. 일명 거북목. 격무에 시달리는 당신은 뻐근한 목을 수시로 이리저리 꺾어본다. ‘뚜둑’ 소리가 난다. 구부정한 자세 때문인지 골반과 허리에 통증을 달고 산다. 헬스장에 마지막으로 간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1년 단위로 사면 싸다기에 장기 회원권을 끊어뒀지만, 기부를 한 셈이 됐다. 당신은 ‘운동, 아니 스트레칭이라도 제발 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칼같이 퇴근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운동은커녕 쏜살같이 집에 간다. 소파에 몸을 누이고 배달 음식 시켜먹으며 넷플릭스나 보기 일쑤다. 정신을 차려 보면 당신의 배와 옆구리는 두둑해져 있다.

이런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질 때 이 책 ‘운동하는 사피엔스’를 읽는다. 저자는 말한다. ‘휴식, 이완, 긴장 풀기 또는 무엇이든 비활동이라고 불리는 모든 일이 신체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부자연스럽고 나태한 상태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이제 버리는 편이 좋겠다.’ ‘빈둥거리기 좋아하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를 비롯해 운동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 널리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이다.’ 미 하버드대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저자가 이렇게 말해주니 든든하다. 내 ‘빈둥거림’이 진화생물학적으로 합리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독자를 다독이는 듯하면서 틈새를 파고들어 운동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여러분을 구슬릴 생각은 없다. 그보다 우리가 움직이고 편히 쉴 때 우리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운동은 어떻게 그리고 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운동을 시작하게 서로 도울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게 내 목표다.’ 채찍을 들지 않고 친절하게 더 나은 운동을 할 수 있는 팁을 나눈다.

운동에 관한 여러 신화가 있다. 먼저 ‘인간은 원래부터 운동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신화가 팽배해 운동에 대한 잘못된 접근을 조장한다. 그러나 인류학과 진화생물학의 많은 증거는 인간은 최대한 가만히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결같이 가리킨다. 막무가내로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외치기보다는 올바른 운동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편한 운동화의 끈을 질끈 졸라매고 뛰러 나가면 그만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자세에 신경 쓰는 것이 필수. 몸통을 약간 기울이고 어깨에는 힘을 뺀다. 보폭은 넓지 않게, 발은 거의 수평으로 착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예컨대, 앉아 있는 건 정말 몸에 나쁠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과도하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 덴마크 연구진은 건강한 젊은 남성들에게 보수를 주고 2주간 ‘카우치 포테이토’로 지내도록 했다. 1500보 이상 걸어선 안 됐다. 그러자 불과 2주 새 복부 지방이 7%나 늘었다. 지방이 더 붙을수록 식후 혈당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만성 염증의 전형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강하게 앉아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스장에서 운동 한 시간만 하면 온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부정적 효과가 말끔히 사라질까? 그보다는 자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낫다. 이따금 서 있거나,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바닥을 훔치는 등의 가벼운 활동으로 몸의 근육을 수축해 세포 안의 기계들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근육 세포에 자극을 줘 에너지를 소모하게끔 하는 것이다. 저자는 ‘설거지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 그냥 앉아 있기만 할 때보다 시간당 100kcal를 더 태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하루에 8시간은 자야 한다’는 말은 믿을 만한가?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잠든 시간을 “삶의 기쁨을 뼈아프게 깎아 먹는 시간”이라고 했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잠은 약골들이나 자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자신의 실험실 엔지니어들을 “불면증 사단”이라고 부르며 추켜세웠단다. 19세기 말 공장 노동자들은 “8시간 일, 8시간 휴식, 8시간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저자에 따르면, ‘8시간’은 근거가 없는 믿음이다. 이보다는 현재 자신의 잠에 만족하는지, 새벽 2~4시에 잠들지는 않는지, 한밤에 깨어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30분 미만인지 등 수면의 질을 체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