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고 3초간 어안이 벙벙해 멍하니 있다가 아차, 책을 시켜야지!라는 생각이 번뜩, 거래처에 접속해 한강의 모든 책을 재고가 있는 만큼 주문했지만 ‘채식주의자’ 한 종을 건졌다. (…) 이 글의 요지는 수많은 동네 책방이 남의 동네 잔치인 듯 ‘한강 신드롬’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연한 마음을 드러낸 것.”

지방의 한 동네 서점 운영자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중 일부입니다. 한강 책들이 노벨문학상 발표 엿새 만에 1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일부 출판사와 대형 서점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모든 축제에는 소외된 이들이 있습니다. 관심이 한강 책에만 집중되는 상황에서 책을 확보하지 못한 동네 서점들은 오히려 여느 때보다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작 한강은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는 아이러니. “평소에 작은 서점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여러번 강조하던 작가의 말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라는 말이 나온 까닭이겠죠.

동네 서점들만 서운해하는 건 아닙니다. ‘웰컴’이라 불리는 대형 온라인 서점 메인 화면은 신간을 낸 저자며 출판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곳. 서점 MD가 추천해 웰컴에 노출되면 초기 판매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노벨상 발표 직후 대형 서점들이 일제히 웰컴에 한강 대표작을 띄운 건 다들 이해했지만, 한 온라인 서점이 며칠 지난 책 교체기에도 신간이 아니라 다시 한강 책만 추천하자 한강 책을 보유하지 못한 출판사와 신인 저자들은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빼앗겼다”며 낙담했습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직후엔 낙수효과의 기대감이 가득했던 출판계에 점차 결국 반짝 이벤트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회의,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만 강화시켰다는 냉소가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출판 시장의 르네상스, 과연 가능할까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