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전 시대엔 보호자를 동반한 구애와 방문이라는 구습이 남녀의 세계를 명확히 갈라 경계를 그었다. 데이트는 구애를 사적 영역에서 끄집어내 공공장소로 데려감으로써 그 경계를 지웠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이트(date)’라는 말이 ‘날짜’가 아니라 남녀가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의미로 사용된 것은

미국에서 1880년대의 일이라고 합니다.

일정한 일시에 만난다는 의미에서, ‘날짜’를 뜻하는 ‘데이트’라는 단어가 쓰이게 되었다는군요.

하버드대 비교문학 교수인 모이라 와이글의 책 ‘사랑은 노동’(아르테)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데이트는 결국 산업혁명의 산물인데,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온 농촌 아가씨들은 부모의 감시 없이 자유롭게 남자를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나가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한다, 라고 하는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 시절까지만 해도 중산층에서는

어머니가 날짜를 정해 딸의 구혼자를 집으로 부르는 ‘방문(calling)’만이

구애의 한 형태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데이트’는 어디까지나 노동계급의 문화였다고요.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표현은 이 구절이었습니다.

['연애의 필수' 데이트, 산업혁명 이후 탄생했다]

지방의 한 동네서점 운영자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중 일부입니다.

한강 책들이 노벨문학상 발표 엿새만에 1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일부 출판사와 대형서점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모든 축제에는 소외된 이들이 있지요.

관심이 한강 책에만 집중되는 상황에서 책을 확보하지 못한 동네 서점들은

오히려 여느 때보다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교보문고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지역서점들에 대한 한강 작품 유통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교보문고가 이를 부인하는 입장문을 내는 등 동네서점과 대형서점간 갈등도 커져가는 모양새입니다.

정작 한강은 서울 서촌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아이러니.

앞서 말한 동네서점 운영자가 소셜미디어에

“평소에 작은 서점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여러 번 강조하던 작가의 말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라고

적은 까닭이겠죠.

동네서점들만 서운해 하는 건 아닙니다.

‘웰컴’이라 불리는 대형 온라인 서점 메인 화면은

신간을 낸 저자며 출판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곳.

서점 MD가 추천해 웰컴에 노출되면 초기 판매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노벨상 발표 직후 대형 서점들이 일제히 웰컴에 한강 대표작을 띄운 건 ‘축하’의 의미로 다들 이해했지만,

한 온라인 서점이 며칠 지난 책 교체기에도 다시 한강 책만 추천하자

한강 책을 보유하지 못한 출판사와 신인 저자들은

“이미 잘 팔리는데 굳이 다시 소개해야겠냐”며 낙담했습니다.

인쇄소들이 한강 작품 인쇄를 우선으로 하면서 신간 등 인쇄는 뒤로 밀려있기도 하고요.

온라인 서점들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사람들이 한강 작품과 함께 책을 사면서

책 판매가 늘었다는 자료를 연이어 내고 있지만,

자료를 살펴보면 원래 베스트셀러였던 작품 위주로 판매가 조금 더 늘었을 뿐,

출판시장이 골고루 파이를 나눠가지는 건 아닙니다.

인쇄소가 바쁘게 돌아가고 책이 팔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출판시장이 부흥했다고 하기엔 ‘착시효과’가 있는 거지요.

한강의 노벨상 수상 직후엔 낙수효과의 기대감이 가득했던 출판계에

점차 결국 이번 한 번만의 반짝 이벤트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강화시켰다는 냉소가 중론으로 자리잡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출판시장의 르네상스, 과연 가능할까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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