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기자 팀 앨버타가 쓴 ‘나라, 권력, 영광’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른다고 하는 미국 복음주의자 신도들이 왜 부도덕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빚어낸 책입니다.
복음주의자란 공화당 핵심 지지층인 미국 기독교 백인 보수주의자들을 일컫습니다.
저자는 복음주의 목사의 아들이자, 신실한 개신교 신도인데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신도들이 트럼프를 비난하는 책을 썼다는 이유로 자신을 조롱하는 걸 보고
책을 쓰기로 결심, 4년간 미국 곳곳의 종교 모임, 정치 집회 등을 취재해 책을 썼습니다.
취재를 통해 저자가 알게 된 것은
복음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을 위한 불완전한 도구’라는 논리로
트럼프의 흠결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취한 다윗 등 성경의 결함 있는 지도자들과 트럼프를 비견하면서.
또한 복음주의자들이 신(神) 대신 미국을 섬기는 국가우상숭배에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꼼꼼하고 방대한 취재가 놀랍고,
우리 정치현실에 대입해 생각할 점도 많은 책입니다.
700쪽 넘는 벽돌책이고, 낯선 미국 종교인들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 게 독서의 장벽이지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으니 도전해 보세요.
[美 보수 기독교인은 왜 '부도덕한 트럼프' 지지할까]
가을비 쏟아진 후 기온이 급강하한 상강(霜降), 황동규 시인의 ‘시월(十月)’을 읽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대기를 싸늘하게 식히는 소리에 골몰하게 될 정도로,
잊고 싶은데 차마 떨쳐내지 못하는 약속이란 무엇일까요?
찬바람 불 때면 으레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곤 하는 회한 서린 어떤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시월은 서글퍼서 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이렇게 읊습니다.
강물도, 석양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월이 가고 있습니다.
비바람 한 번 더 불면 낙엽이 지겠지요.
가을은 모든 생명력 지닌 것들이 낙하하는 계절.
이렇게 시인이 노래한 이유겠죠.
나뭇가지를 흔든 바람이 여윈 손가락을 뻗어
사정없이 옷깃을 파고드는 해질녘이면,
밝고 따뜻한 것에 대한 갈망이 불거질 겁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시월의 남은 날들, 따스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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