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아이

김성중 장편소설 | 256쪽 | 문학동네 | 1만6800원

김성중의 장편소설 ‘화성의 아이’에는 확신할 수 없어서 아름다운, 단언할 수 없어서 섬세한 인식의 여정이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초심, 곧 낯섦의 감각 말이다.

‘백퍼센트 호모 사피엔스는 아닌’ 채 ‘화성 비슷한 곳’에서 눈을 뜬 ‘루’. 루가 유령 개 ‘라이카’, 당황하면 ‘텅 빈 얼굴이 되는’ 로봇 ‘데이모스’ 와 만나는 이야기는 얼핏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 오래전 모험보다 더 흥미롭다. 루가 임신한 상태로 화성에 보내진 실험체였다는 설정 때문이다. 루는 ‘마야’를 낳고 죽지만, 마야가 혼자 남은 것은 아니다. 든든한 유령과 로봇, 곧 라이카와 데이모스가 곁에 있으니까.

이 비인간 종에 의한 우주 육아의 면면이 어찌나 다정하고 따뜻한지! 육아라고 말했지만, 마야는 ‘보급형 생물체’라는 평을 듣는 존재로, 태어나면서부터 말대꾸를 했으니 지구에서의 육아와는 속도가 좀 다르다. 다시 셋이 된 화성 공동체, 그들에게 낯선 존재들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모험 속으로 접어든다. 아, ‘셋이 된’이라고 말하면 소외감을 느낄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연히 이름을 가진, 네 마리의 벼룩도 있다. 그들을 처음 만날 때 흘려 읽지 마시길.

윤고은 소설가

언젠가 화성으로 문학 기행을 떠날 날도 오지 않을까. 낯선 행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우리에게 호기심의 안개뿐 아니라, 강력한 밀착감을 주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먼 곳에서 줍고 캐내고 모으는 가치가 실은 우리의 일상 속 작고 평범한 것이라는 진실은 언제나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