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케이티 켈러허 지음ㅣ이채현 옮김ㅣ청미래ㅣ384쪽ㅣ2만원
백설공주 속 마녀가 ‘거울아 거울아’를 외쳤을 때, 거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각종 신화·소설·영화에서 ‘진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도구로 쓰였던 거울이 실제로는 가장 추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다면? 중세 시대 거울은 장인들에게 수은 중독이란 치명상을 남겼다. 더 깊은 광택을 내기 위해 수은을 사용하면서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돌’로 평가받는 다이아몬드 역시 채굴을 위해 식민지 노예들에게 가학적인 폭행과 인종차별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물건이 됐다.
여기까지만 소개했다면 어쩌면 이 책은 그저 그러한 범작(凡作)일 수 있다. 2000년대 제품을 소비할 때 윤리적으로 가치 판단을 하는 ‘윤리적 소비’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미를 완성하는 데 이용된 추악함을 줄이려는 운동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쾌락 이론’을 빌려 사회가 인정하는 한계 안에서 쾌락을 즐기자고 주장한다. 소유에 대한 충동과 욕망의 충동을 분리하고, 덜 소비하되 더 깊이 소비하자는 것이다. 19세기 노예무역의 결과로 ‘추악’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진주 조개를 보면서, 조개껍데기 속 영롱한 빛을 관조하고 추억을 이식하려는 자세를 갖자고 외친다. 그게 바로 사물에 깃든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