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작한 이유는 제목과 사진 때문이었다. ‘인생의 중요한 것들은 모두 캠핑이 알려주었다’라는 부제와 함께 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붉게 타오르는 화롯불 앞에 앉아 슬며시 웃고 있는 한 여성이 표지에 등장한다. ‘경영은 모닥불처럼’(컴인)은 아웃도어 브랜드인 스노우피크 대표 야마이 리사가 쓴 책이다. 1958년 할아버지가 시작한 철물 도매상 회사가 등산용품을 만들다가 2대째 아버지가 주도한 캠핑 사업으로 크게 도약하고 3대째인 자신이 바통을 이어받아 만들고자 하는 미래를 기록한다.

흥미로운 것은 인재 채용 원칙이다. 캠핑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만 뽑는다. 이 원칙 때문에 채용이 어렵더라도 타협하지 않는다. 전 직원이 캠핑을 좋아하는 ‘완전한 사용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은 이 회사가 긴 시간 동안 변덕스러운 시장의 풍랑을 겪어내면서 깨우친 핵심일 것이다. 이는 제품 개발에도 녹아든다.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대는 1996년 스노우피크가 최초 개발했는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가치가 실행으로 이어진 근간에는 대표부터 신입 사원까지 모두가 완전한 사용자라는 원칙이 존재한다.

아버지 야마이 도오루 회장의 생각도 인상적이다. 그는 1996년 사장으로 취임하며 두 가지를 결심한다. 60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과 다음 대표는 30대에서 뽑는 것. 그가 생각한 사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래를 만드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해버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자신이 신규 사업이었던 캠핑으로 성과를 냈듯, 장녀가 시작한 의류 사업이 규모 있는 매출을 올리자 미래를 딸에게 맡긴다.

독서의 경험이 한 차원 깊어진 것은 책을 덮은 후 리서치를 한 덕분이다. 스노우피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성장했으나 캠핑 붐이 꺼지면서 2023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99% 폭락하였으며 2024년 베인 캐피털과 손잡고 주식시장에서 자진 상장 폐지를 한다. 이 책을 쓴 야마이 리사는 2022년 개인 스캔들로 회사를 떠났으며 지금은 아버지가 다시 사장을 맡고 있다. 이를 알고 책을 읽으면 새롭게 보이는 게 많다. 사업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박소령 비즈니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