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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록산 게이 지음|최리외 옮김|문학동네|436쪽|2만2000원

논쟁적 사안에 거침없이 말을 얹는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소설가 록산 게이의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그가 미국의 정치·사회·문화 이슈에 참견한 지난 10년의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칼럼 66편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하퍼스바자, 마리끌레르 같은 패션 잡지까지 종횡무진 누빈다.

록산 게이는 “나는 의견이 많은데 이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기질”이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물론 그라고 매사에 의견이 있는 건 아니다. “때로 사람들은 나를 의견 자판기 취급”한다며 투덜댄다. 첫 책 ‘나쁜 페미니스트’(2014)가 주목받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뒤부터 그에겐 청탁 요청이 쏟아졌다. 흑인 교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처럼 비극적이거나 문화적으로 중대한 일이 벌어지면 편집자들은 득달같이 그에게 연락했다. ‘몇 시간 만에, 길어야 하루 안에 관련 글을 써줄 수 있느냐’고 말이다. “어찌어찌 그러는 게 가능하긴 했다”는 것을 보면 왜 편집자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는지 알 것 같다.

책은 ‘미국의 분열된 정치 환경’을 큰 주제로 다룬다. 그는 솔직하게 “그 균열이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들과 이를 경멸하고 비난하려는 사람들로 분열돼 있다”고 꼬집는다. 정체성 정치, 흑인 인권 시위 ‘BLM(Black Lives Matter)’ 등을 집중 조명한다. ‘페미니스트 전사’ 같은 이미지에 겁먹지 마시라. 마지막 장에는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록산에게 물어보세요’ 코너가 실렸다. ‘내 삶에도 평생의 사랑이 있을까요?’ 같은 질문에 의외로 포근한 답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