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自家), 아이 둘, 정년이 보장된 직장까지 부족함 없는 삶을 살던 부부는 3년 전 어린이집에서 다섯 살짜리 첫째가 쓰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는 아이의 뇌파에 문제가 생겨 수시로 쓰러지는 난치병이라고 진단했다. 재발하는 병이기에 입원해서 계속 관리해야 했다.

병원비 수백만 원에 맞벌이 부부라 시간도 부족한 상황. 시간은 적게 들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던 부부는 돈을 모아 고시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마이디어북스)를 쓴 진담 작가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쌓아왔던 건 모래성이란 걸 깨달았죠. 남편 퇴직금과 그동안 모았던 돈을 가지고 아이를 위한 ‘경제적 자유’에 도전했습니다.”

지난해 1월 작은 고시원을 매입했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진 작가는 “아픈 첫째를 간호하고 막내까지 키우면서 24시간 쏟아지는 민원, 입실자들의 항의, 대량 발생하는 공실까지 정신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육아에 지친 워킹맘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건 10년째 고시원에 살고 있던 노인과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베트남 청년. 자발적으로 고시원 청소를 하고 식사 준비까지 해주며 민원을 해결해 줬다고 한다. 이 둘을 중심으로 입주자들끼리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져 고시원을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나갔다. 2평 남짓한 고시원은 이들에겐 다 같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진짜 집’이었던 것. “재테크 대상이었던 입주자들은 제게 ‘정신적 자유’를 준 가족이 돼주었습니다. 냉랭한 자본주의 속에서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타인의 천국’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