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은 인쇄업자들이 출판된 글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는 걸 막기 위해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자에게 주는 법을 제정했다. '앤 여왕법'이라 불리는 이 법이 현대 저작권법의 시초로 여겨진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는 창작물이 창작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이러한 개념이 상식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저작권법의 시초인 ‘앤 여왕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출판물에 대한 권리는 인쇄업자들에게 있었다고 합니다.

copyright라는 단어는 ‘복제할 권리’가 아니라 ‘copy’, 즉 창작물 자체에 대한 권리라고 하네요.

copy는 ‘풍요’를 뜻하는 라틴어 copia에서 유래했는데,

복제품이 아니라 창작물 그 자체를 뜻한다고요.

프린스턴대 비교문학 교수와 변호사가 함께 쓴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현암사)는

저작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원제 Who Owns This Sentence?는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이 문장은 누구의 소유인가?

혹은

이 문장은 누구의 책임인가?

18세기 영국에서 own은 소유와 책임,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고요.

[18세기 이전 유럽, 책에 대한 권리는 저자 아닌 인쇄업자 소유]

많은 이들이 창작자의 영감은 신의 계시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들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오히려 영감은 성실하게 차곡차곡 쌓아온 일상, 혹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합니다.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정년이’ 원작 웹툰 스토리작가인

서이레 산문집 ‘미안해 널 미워해’(마음산책)에서 읽은 구절입니다.

‘정년이’는 1950년대 여성국극단을 소재로

국극에 대한 열정으로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여성들을 그려낸 작품.

가난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윤정년과 유명 성악가의 딸로 성실한 노력파인 허영서가

서로 경쟁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서이레 작가는 대학생 때 현대문학사 수업을 듣던 중

친구가 보내준 1950년대 여성국극공동체에 대한 논문을 읽고, ‘정년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관련 자료가 없어서 헌책방을 뒤져 여성 국극 배우들의 회고록과 평전을 구하고,

도서관 책을 빌려와 발췌하고, 여성국극을 소재로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구하는 등 사방팔방 뛰었다고요.

그렇게 만들어낸 이야기가 웹툰으로도, 창극으로도,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뒀지요.

서이레는 말합니다.

결국 창작자가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겠지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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