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앙겔라 메르켈 지음 | 박종대 옮김 | 한길사 | 768쪽 | 3만8000원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자서전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동독의 독재 정권 치하에서 살았던 35년과, 통일 독일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았던 35년. 동독의 물리학자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가 되기까지 70년을 회고한다.
회고록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목격한 날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시작된다. 동독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나 반골 취급을 받았던 어린 시절부터 ‘자유’는 그에게 절박한 것이었다.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 “동독 정권도 자연과학적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었다. (…) 머릿속의 생각을 가위질하지 않고도 내가 아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었다.”
후반부에선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EU의 난민 분산 수용 등 국제사회의 주요 사건들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돌아본다. 변명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과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진솔하게 써 내려갔다. 2015년 G7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진 촬영 전 45분이나 늦은 이유,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 무시당한 일화 등 각국 정상들에 대한 신랄한 평가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