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마약이 국내에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는 꽤 됐지만,
유통 과정이라든가, 제조의 주축 등을 파고든 책은 여태까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학 연구자로 북한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저자는
그간 쓴 논문들을 기반으로 한 ‘수령과 마약’(실레북스)에서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은에이르기까지 3대 80년간
‘수령’이 북한 마약산업의 주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필로폰 등을 제조해
남한으로 침투시키는데,
남파 공작원들의 자금줄로 삼거나,
남한에 마약중독자를 양산해 사회를 교란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네요.
1980년대 말 북한에서는 ‘전국토의 백도라지화’ 사업이 한창이었는데,
‘백도라지’는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를 가리키는 은어라고 합니다.
["전국토의 백도라지화"… 北 마약 범죄 주범은 수령]
이 프랑스어 문장은 직역하자면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을 당한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요.
재불 에세이스트 곽미성의 책 ‘언어의 위로’(동양북스)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부친상을 입은 저자는 한국서 상을 치르고 파리로 돌아온 다음날
직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덴마크 문화원장으로부터 이 위로의 말을 들었다고 하네요.
그는 저자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힘주어 말했다고요.
그 전에도 사고나 재해로 사망한 이들의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대통령 연설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이 문장을 자주 들었지만 저자에겐 그 말의 정확한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을 생각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위로의 대상이 아닌 행위의 주체만 강조하는 생색 내기가 아닌가 하면서.”
생각한다는 것, 이 건조하고 이성적인 행위가 어떻게 마음을 뚫고 들어와 뜨거운 위로가 되는지,
저자는 직접 그 위로를 받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고 하네요.
중세 우리말에서 ‘사랑하다’라는 말은 ‘생각하다’는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건 애정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죠. 폭설과 함께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문학 특집은 독자 여러분을 깊이 생각하며, 자그마한 온기나마 전하고자 마련했습니다.
포근한 한 주 맞이하시길 빕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