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마을 이장인디요' 저자 김유솔 작가

“아따 우리 솔 이장, 아침부터 어딜 그리 허벌나게 가능가?”

주민 105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 매일 아침 분주하게 동네 순찰을 하는 20대 청년에게 평균 연령 68세 마을 주민들이 건네는 첫인사다. “어르신, 저번에 알려드린 스마트폰 사진첩 보는 법, 잊지 않으셨죠?” 반갑게 인사를 받는 사람은 전남 완도군 용안리 마을에서 ‘솔 이장’으로 통하는 김유솔(27)씨. 최근 에세이 ‘제가 이 마을 이장인디요’(상상출판)을 내며 오늘날 무관심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늦은 밤 부재중 전화 한 통에 ‘무슨 일 있나’ 부리나케 달려오는 어르신들, 맛난 것은 혼자 못 먹는 이웃들. 잊혀진 정을 일깨워주는 우리 마을로 허벌나게 오시죠.”

2년 전 전국 최연소 여성 이장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그는 “사실 어릴 적엔 완도가 너무 싫었다”고 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섬 소녀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 18살이 되던 해, 꿈에 그리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6년간 지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있는 완도를 지울 순 없었다. 여행을 핑계로 잠깐 돌아온 용안리 마을. 눈앞에 펼쳐지는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 따스한 이웃들의 환영에 마음을 빼앗겨 정착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도시에서의 피 튀기는 경쟁과 무관심이 너무 힘들었어요. 고향에 돌아와 사진관을 열고 이웃들과 살기로 했죠.”

귀향해 지자체 도시재생센터에서 봉사를 하던 그를 보고 전임 이장은 “우리 마을에 당신 같은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이장직을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했다. “어린 여자애가 어떻게 우리를 이끄나” 걱정부터 앞섰던 마을 어르신들은 그가 패기와 열정으로 마을 일을 척척 해나가는 모습을 보곤 두 달 만에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덕분에 지난해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1년 연임을 확정받았다. “서울 힙지로의 멋진 건물들은 우리 마을에도 있어요. ‘서울 멋쟁이’들이 없을 뿐. 이제 그 건물을 멋쟁이들로 채워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