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의 그림들

데이비드 호크니 지음 | 이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496쪽 | 4만8000원

“봄이 올 때마다 설레어요…. 해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죠. 지금도 알아 가고 있어요.”

‘설렘’ ‘스릴’ ‘즐거움’. 60년을 천착한 일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는 데이비드 호크니(87)는 ‘현대 미술 거장’보다 ‘진정성 있는 괴짜’처럼 느껴진다. 유명한 수영장 연작은 극히 일부일 뿐. 공간·인물·계절·빛 등 주제에 따라 그의 480여 작품을 정리해 실은 이 책은 ‘회고전’과 같다. 작가가 직접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 발화문들을 읽다 보면 전시장을 걷는 듯 책장이 넘어간다.

호크니는 자연이든 인물이든 잦아들지 않는 호기심과 애정으로 끊임없이 관찰하며 새롭게 표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정체되지 않고 “다른 방식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경험을 나누기 위해 예술을 한다는 호크니. 책을 덮고 나면 그가 묘사한 “열흘 정도 지속되는 아주 연한 봄의 푸르름”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