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텅구리
전봉관·장우리·이서준·김병준 편저 | 더숲 | 846쪽 | 3만8000원
‘한국 최초의 신문 연재 네컷만화’로서 만화사(史)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품이 조선일보의 ‘멍텅구리’다. 노수현과 이상범이 그림을 그리고 안재홍과 이상협이 스토리 구성을 맡았던 이 만화는, 1924년 10월부터 약 10년에 걸쳐 연재됐지만 제대로 알려진 것은 몇 편 되지 않았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최근 옛 신문 뭉치 속에 묻힌 이 만화를 알고리즘과 일부 수작업으로 추출해 총 744회 분량을 밝혀냈다.
100년 만에 복원된 이 만화엔 생활, 풍속, 사회상과 희로애락을 비롯해 한 세기 전 식민지 조선인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동안 개그 만화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 전편을 놓고 보니 ‘나쁜 마음만 먹어도 10년 징역’이라며 총독부의 치안유지법을 대놓고 비판하는가 하면, 경찰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주인공을 보고 놀란 일경이 ‘3월 1일 비상경계대’를 출동하는 위험한 풍자도 서슴지 않는 것이 보인다. ‘똑따다’(예쁘다) ‘양떡’(빵)처럼 지금은 쓰지 않는 용어들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