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콘비니’라고 부르는 편의점은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소매 유통 시설이다. 그리고 편의점 ‘알바’는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직업이다. 편의점의 역설이라고 할까? 편의점이 있는 사회는 사실 편리한 사회도 아니고, 편안한 사회는 더더욱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여러 국가 중 상위권인 스위스 등 대표적으로 ‘편안한 사회’에선 해가 지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편의점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은 투박하지만 환경친화적인 베를린의 수퍼마켓 배달 방식의 불편함, 그리고 로켓 배송의 기가 막힌 신속함과 정교함의 비교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새벽 배송은 누가 할까?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며, 필수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벽 노동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새벽 노동이 발암물질이라는데,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도 좋은 것일까?
한국에선 사람들이 너무 장시간 일하고 여유가 없어서, 편의점을 비롯해서 로켓 배송, 총알 배송, 새벽 배송 같은 기발한 장치들이 계속 등장한다. 불행히도 이런 노동은 대부분 불안정하고, 위험하고, 복지 시스템으로부터 잘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민들이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농업에 관한 책은 출간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로켓 배송을 담당하는 불완전한 고용의 노동자들 역시 책을 읽을 여건이 잘 안 되어서, 이 분야 책이 인기가 높지는 않다. 불완전 노동 연구자인 이승윤의 연구노트가 정리되어 책으로 출간된 이 현실 자체가 기적이다.
우리 모두가 좀 더 편해질 방법은 없을까? 많은 국민들이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이중 빈곤’ 상황에 빠져 있는 나라는 결코 좋은 나라가 아니다. 책을 덮고 나서 새벽 배송이 필요 없어지고, 새벽 배송 노동자들도 이보다는 좀 더 나은 조건의 일을 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꿈을 잠시 꾸었다. 너무 많은 국민들이 너무 많은 직종에서 이중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또 다시 물려주는 건 깨어나지 못할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