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브린 넬슨 지음|고현석 옮김|arte|664쪽|4만4000원
비위가 약한 이는 표지만 읽고도 고약한 냄새를 떠올릴지 모른다. 저자는 이 같은 반응이 ‘문화적 편견’이라고 말한다. 농촌에서 ‘똥’은 풍작을 불러올 비료로 찬사받지만 도시에선 질병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내 아이는 똥 냄새까지 향기롭다’는 농담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 밀접한 대상에겐 혐오감이 둔화되는 ‘습관화 현상’에 의한 것. 연구자들이 여러 아기의 기저귀를 뒤섞어 놔도 엄마들은 귀신같이 자기 자식의 똥 냄새만을 덜 역겹게 느낀다.
저자에게 ‘세뇌된 더러움’을 한 겹 벗겨낸 ‘똥’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물질이다. 팬데믹 기간에도 각 지역의 하수 검사는 감염 추세를 예측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배출된 똥물만 들여다봐도 사회의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예컨대 식이 섬유가 많은 거친 곡류가 주식인 저소득 국가의 똥은 부유한 국가의 똥보다 평균 두 배 더 무겁다. 때론 대변이 사람도 살린다. 4세기 중국에선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기 위해 병자에게 똥물을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