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나라, 일본

사에키 신이치 지음|김현경 옮김|마르코폴로 |316쪽|2만원

일본의 야구 국가대표팀은 ‘사무라이 재팬’,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사무라이 블루’로 불린다. 일본의 사극도 대다수가 전국 시대나 에도 시대의 무사들을 다룬다. 일본인은 언제부터 자국을 ‘무(武)의 나라’로 인식했을까.

일본 중세 문학 연구자인 저자는 고대와 중세의 일본은 ‘신국(神國)’이었지, ‘무국(武國)’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무에 뛰어난 나라”라는 인식은 16세기 말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1592년 명나라 정복을 위해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수군의 반격에 막혀 전세가 불리해지자 장수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일본처럼 활과 화살이 엄청난 나라”가 명나라처럼 “긴소매의 나라(귀족의 나라)”를 치는 것은 쉬운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일본에서는 무국의 무위(武威)를 빛낸 사건으로 미화됐다. 에도 시대에 확산한 ‘무국’ 사관은 19세기 말부터 학교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주입된다.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이 자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의식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문(文)의 나라, 중국에 대한 반발로 무를 강조했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무심코 받아들여 온 전통에 의문을 제기하며 무국론의 허점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