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

저만 그런 건 아닐테죠.

지난주 Books 문학특집 ‘지금 문학은’은

‘회복’을 키워드로 잡았습니다.

더디더라도 회복이 싹트고,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상처와 고통이 회복되길 바랍니다.

회복을 주제로 삼았다 할 수 있는 소설과 시집들을 문학담당 황지윤 기자가 소개합니다.

[세상의 상처 어루만지는 손길… 아주 더딜지라도 희망은 싹트네]

1938년 12월, 영국 에식스주의 항구도시 하리치 인근 도버코트 베이 홀리데이 캠프의 점심시간. '킨더트란스포트' 프로그램을 통해 나치에서 탈출해 영국에 도착한 어린이들이 식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신문 가디언 워싱턴 특파원인 줄리언 보저의 책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는

1938년 가디언의 전신 맨체스터 가디언에 실린 구인 광고에서 착안했습니다.

‘I seek a kind person’이라는 책의 원제는 저자의 할아버지가 1938년 8월 3일

낸 광고의 일부라고 하네요.

“총명한 우리 아들을 교육시켜 줄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11살, 빈의 반듯한 가정 출신.”

1938년 3월 나치의 오스트리아 병합이 이루어지자

빈의 유대인들은 자식만은 안전한 곳으로 탈출시키려 발을 동동 구릅니다.

영국은 피난처 후보 1위로 꼽혔고, 부모들은 아이를 받아줄 영국 가정을 찾아 광고를 냅니다.

저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당시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들 7명을 찾아

그들의 빈 탈출 과정, 이후의 삶 등을 취재하면서 아버지의 삶을 복원합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족을 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아버지를

비로소 용서하게 되지요.

[빈의 부모들은 왜 英서 아이 맡아줄 사람을 찾았을까]

이 라틴어 문장은 ‘독자에게 인사를’이라는 뜻입니다.

옛날 서양 사람들은 편지나 책 첫 머리에 이 글귀를 적었다고 합니다.

이름이나 성별, 직함 없이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인사법이라고 하네요.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간혹 머릿글자만 따서 ‘L.S.’라 쓰기도 한답니다.

서울대 서양고전학 대학원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공부한 만화가 김태권씨가 쓴

‘하루 라틴어 공부’(유유)에서 읽었습니다.

책의 부제는 ‘나의 지적인 삶을 위한 라틴어 교양 365′.

1년동안 하루에 하나씩 라틴어 격언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라틴어는 고대 로마의 언어였고, 서구법은 로마법을 기초로 하고 있지요.

책에 법 관련 격언이 유독 많은 까닭일 겁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미루어진 정의는 부정당한 정의다’라는 뜻으로,

결과가 정의롭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

진정한 정의가 실현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마틴 루터 킹이 이 말을 인용해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라틴어는 또한 성직자의 언어이기도 하죠.

성모 마리아를 향한 간청을 담은 가톨릭 성가 Salve Regina(살베 레지나·평안하소서 여왕이여)에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vallis lacrimarum(발리스 라크리마룸),

즉 ‘눈물의 골짜기’라 칭합니다.

비통함 속에 새해가 왔습니다. 구약성서 욥기 17장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눈물의 골짜기 너머, 어둠을 깨치고 빛이 비추길 바라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