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영향력

데이비드 예거 지음|이은경 옮김|어크로스|616쪽|2만7000원

‘요즘 애들’은 대체 왜 이럴까. 이는 인류 역사 시작 이래 어른들의 꾸준한 불만이었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 이렇게 썼다. “청소년들은 야망에 차서 모욕을 참지 못하고, 단순히 상처를 견딘다는 생각에 분개한다. (…) 그들은 경박함, 그것도 오만불손함을 훈련한 듯한 경박함을 좋아한다”. 현대 조직의 관리자들은 업무 지시에 순응하지 않고 “이걸요? 제가요? 왜요?” 되묻는 신입 사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청소년은 뇌의 전전두피질이 미숙해 충동적이고 생각이 부족하다는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이 그간 신경과학, 심리학 등에서 ‘요즘 애들이 말을 듣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이론에 수정이 필요하며 어른들이 젊은이들의 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툴게 반응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 설명한다. 저자가 설정한 ‘요즘 애들’의 범위는 10~25세. 인간은 10세부터 집단생존에 기여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뇌의 구조는 24~25세까지 완전히 고착되지 않고 여전히 주변 환경에 영향받으며 적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일을 비판하면서도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멘토 역할을 하는 어른에겐 비판적인 피드백을 하되 이유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진술하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부하 직원(혹은 자녀나 학생)의 성과가 미흡할 때 관리자(혹은 부모나 교사)는 ‘멘토의 딜레마’에 빠진다. 냉정하게 비판하자니 자신감을 짓밟을 것 같고, 상냥하게 격려하자니 부진한 실적을 감수해야 한다. 딜레마에 빠진 관리자가 흔히 택하는 방법이 ‘칭찬 샌드위치’다. 비판을 온화한 칭찬 사이에 끼워서 전달하는 기법이다.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네요.(긍정적) 결과물은 수준 이하라 개선이 필요합니다.(부정적) 그래도 좋은 자세를 보여줘서 고마워요.(긍정적)”. 그러나 이는 효과가 없다. 상대는 자기가 한 일은 조금도 칭찬하지 않고 사소한 것만 칭찬했으므로 비판에만 집착하며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저자가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은 ‘현명한 피드백(wise feedback)’. 지시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되, 피드백의 ‘의도’와 ‘목적’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조언한다. 과학적 근거는 이렇다. 10~25세 인간의 뇌에선 테스토스테론이 대량 분비되므로 특히 보상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존중받거나 사랑받을 때 짜릿함을 느끼는 강도와, 무시당할 때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어른보다 훨씬 높다. 이 시기의 인간은 ‘지위(status)’와 ‘존중(respect)’을 갈망하는데, 안타깝게도 사회에서 이들에게 부여하는 지위와 보여주는 존중의 정도는 이들의 기대치에 어긋난다. 저자는 이를 ‘청소년의 곤경(adolescent predicament)’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들이 어른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지위’와 ‘존중’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실시된 청소년 금연 캠페인이다. 당시 정부 역학자들은 10대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 ‘흡연은 암을 유발하며, 치아를 누렇게 만들고, 섹시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신생 광고대행사 크리스핀포터플러스보거스키의 총괄 관리자 알렉스 보거스키는 다르게 생각했다. 10대들이 흡연하는 이유는 담배의 해악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른스럽고 멋있게 보이기 원해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어른스러움’에 대한 청소년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캠페인이 효과를 볼 거라고 생각했다. 보거스키는 광고를 통해 ‘10대들을 꼬드겨 치명적 중독에 빠뜨리려는 탐욕스러운 담배 회사에 맞서 싸우라’며 청소년들을 독려했고, 그 결과 플로리다주 중학생 흡연율은 19%, 고등학생 흡연율은 8% 감소했다.

저자는 어른들(혹은 리더)을 강요자, 보호자, 멘토의 세 유형으로 나눈다. 강요자 유형은 ‘뛰어난 인재가 되려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지원 없이 높은 기준만 제시한다. 보호자 유형은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하는 건 잔인한 일’이라 여기면서 정당한 성취보다 자존감 향상을 우선시한다. 멘토는 높은 기준을 제시하되 상대를 믿고 존중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중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 ‘멘토’라는 건 누구나 알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가 책에서 바람직한 멘토로 꼽은 기업 관리자는 말한다. “부하 직원들은 사람이지 생산성 높은 로봇이 아니에요.” 유능한 멘토인 교사의 교육관은 이렇다. “나는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칩니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된 책이지만,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날이 갈수록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어른다운 어른’에 대한 갈망이 거세지는 우리 사회를 위한 처방으로도 읽힌다. 원제 10 to 25: The Science of Motivating Young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