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첫 공개된 '가짜 사나이' 시즌2 영상 속 참가자 14명이 새벽 바닷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첫날 4명이 부상을 입고 중도 하차했다. /유튜브 피지컬갤러리

“총원 주목!”

꿈에서도 가기 싫은 곳, 거기서 개고생을 자처한다. 교관의 구령에 맞춰 진창을 구르며 엉망진창이 된다. 경련이 일고, 구토가 터지고, 실신 직전까지 가도 버텨야 한다. 시청자 때문이다. 특수부대식 훈련으로 출연진 혼을 빼놓는 유튜브 군대 예능 ‘가짜 사나이’가 올해 가장 뜨거운 콘텐츠로 떠올랐다. 지난 7월 출범해 누적 조회수 5600만의 신드롬을 일으키자, 지상파·케이블 TV 채널도 출연진 포섭 등 유행에 편승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이 열풍에 올라타 신메뉴 ‘군대리아’(군대식 햄버거)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지난 1일 시작된 시즌2 첫 영상은 사흘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넘겼다.

◇국가대표, 연예인까지… 왜?

운동 전문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에서 제작한 이 시리즈는 다소 헐거운 남자들을 모아 민간 군사기업에서 UDT 훈련을 통해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매회 30분 내외의 단순한 내용이다. 핵심은 극한 상황을 통한 ‘악바리 정신’의 회복, 고통에서 피어나는 우정이다. 시즌2 초반에도 이 같은 전략은 동일했다. 훈련 도중 저체온증으로 허벅지가 마비되자 “제발, 제발” 오열하는 교육생에게 교관이 다가가 “해 뜨면 따뜻해진다.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라고 다독인다. “지금 힘든 나한테 해주는 말 같다”는 댓글이 속출했다.

'가짜 사나이' 시즌2 훈련 영상. 바닷물과 진창을 달리고 구르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다. /유튜브 피지컬갤러리

시각적 쾌감에 의외의 감동까지 터뜨리며 인기가 치솟자 배우 줄리엔 강, 가수 샘킴,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등 유명인들이 시즌2 선발 면접에 대거 지원했다. 특히 전직 축구선수 김병지(50)는 이번 촬영을 위해 ‘꽁지머리’까지 자르는 의지를 보였다. 몰골은 망가져도 확실한 주가 상승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시즌2 제작 지원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왓챠가 뛰어들었고, 향후 극장판이 CGV 실감형 상영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유튜브 콘텐츠, 판 뒤집다

군대를 활용한 최초의 파격은 아니다. 제목부터 MBC 군대 예능 ‘진짜 사나이’(2013)의 패러디다. 그러나 ‘리얼’을 표방했음에도 심의 등의 제한 탓에 결코 리얼할 수 없었던 지상파의 한계를, 더 자극적인 편집과 시도가 가능한 유튜브 플랫폼으로 타파하며 성공을 거뒀다. 시즌1 제작비는 4000만원에 불과했다. 출연진 대부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인터넷 개인 방송인이다. 고정 팬덤이 확실한 데다, 각자의 자체 채널을 통해 지난 회 리뷰 및 협동 방송 등으로 지속적인 이슈를 생산했다. 음지(陰地)로 간주되던 개인 방송이 위력적인 시장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가짜 사나이' 훈련 대장 이근 대위(맨 오른쪽)가 교육생들을 다그치고 있는 장면. 인성과 팀워크를 강조하던 그는 최근 '빚투' 논란을 빚었다. /유튜브

◇폭력·가학성, 출연진 논란 악재

특장이자 한계는 가학성. 군대서도 사라진 ‘원산폭격’ 등 얼차려가 난무한다. 유튜버 겸 로커 최일환(36)씨가 개인 방송을 통해 “밀리터리 포르노”라고 혹평한 이유다. 청소년에게도 영향력 강한 유튜브 특성상 이 같은 악·폐습이 왜곡된 남성성으로 학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즌2는 강도가 심해졌고, 참가자 4명이 각막 손상 등으로 하루 만에 퇴교했다.

게다가 ‘가짜 사나이’ 훈련 대장으로 일약 스타가 된 이근(36)씨가 최근 ‘빚투’ 논란에 휘말렸다. 200만원의 채무 불이행 폭로전 끝에 이씨는 결국 “돈을 갚은 것으로 착각했으나 최근 만나 모두 변제했다”는 내용의 사과 영상을 5일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