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24)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놓고 네티즌 사이에 해석이 분분하다.
사진 속 제니가 입은 의상에 쓰인 영어 단어 때문이다.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문제가 된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의 일부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는데, 제니가 이에 대해 항의하는 입장을 에둘러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니는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세 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눈길을 끈 것은 제니의 의상. 제니가 입고있는 청바지에는 ‘검열된(Censored)’이라고 적혀있었다. 제니는 이와 함께 신곡 ‘Pretty Savage’(프리티 새비지)의 가사인 “Yeah we some (bishes) you can’t manage”(우린 너희가 감당할 수 없는 X들이야)"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를 두고 ‘러브식 걸스’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해 제니가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는 해석이 잇따랐다.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간호사 성적 비하 논란에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해당 장면이 결국 삭제된 것에 대해 “검열”이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반면 단순한 의상일 뿐으로 '검열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앞서 유명 웹툰에서도 여성 혐오 논란이 제기된 일부 작가에 대한 연재 중단 요구를 놓고 검열 논란이 일었다. 여성 혐오 논란이 제기된 인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네이버 웹툰 ‘복학왕’ 등 일부 유명 웹툰을 놓고 "혐오할 자유를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실상 검열”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은 “옛날엔 국가에서 검열을 했다면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짧은 치마· 빨간하이힐 간호사 성적 대상화"… 정치권까지 논란
블랙핑크는 지난 2일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 음반 ‘디 앨범(The Album)’을 발표했다. 러브식 걸스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논란이 된 장면은 러브식 걸스 뮤직비디오 중간에 제니가 간호사 복장을 입은 채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약 5초가량의 장면이다. 제니는 이 장면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헤어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는 보건의료 노동자이자 전문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에 여성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며 "블랙핑크의 신곡이 각종 글로벌 차트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지금, 그 인기와 영향력에 걸맞은 YG엔터테인먼트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YG엔터테인먼트는 6일 공식 입장을 냈다. YG는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다”며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브식 걸스는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곡”이라며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박성민(24)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뮤직비디오에 성적 대상화로 문제될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된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소속사에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속사에서는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간호사들이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다.
여당 최고위원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YG는 다음날 해당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 YG 측은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며 “특정 의도가 없었기에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