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이 26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오르조브 루스탐을 꺾은 뒤 송대남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쿄=이태경 기자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타국 선수단을 소개하며 부적절한 사진을 쓰거나, 축구 중계 중 상대국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MBC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남자 유도 중계 도중 캐스터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니지만”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다. 같은 날 박성제 MBC 사장이 연이은 방송사고에 대해 사과한 지 수 시간만에 또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남자 유도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나왔다. 안창림은 이 경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르조프를 꺾고 동메달을 땄다. 안창림은 경기 이후 송대남 코치의 위로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조준호 해설위원은 “5년을 고생했는데 꿈의 무대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자랑스럽다” “이번 (경기를) 계기 삼아 다음 올림픽 때 금메달을 다시 도전하면 좋겠다” 등의 말로 안창림을 격려했다. MBC 캐스터도 “금메달을 노렸던 대한민국 안창림 선수, 그 기회를 다음으로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것은 캐스터의 다음 발언이다. 캐스터는 “어제 안바울에 이어 유도 73kg에서 동메달 추가했다”면서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는 이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온라인에선 MBC 캐스터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세계 3위도 잘한 건데 적절하지 못하다”, “무조건 금메달이어야 하느냐”, “무례하다”고 했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며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는 화면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쓰고,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하며 폭동 사진을 쓰는 등 시청자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세계 주요 외신도 이를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성제 MBC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