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인협회(IPI·International Press Institute)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언론·시민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IPI는 전 세계 주요 언론과 미디어 임원 및 주요 저널리스트들이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해 결성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IPI는 17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은 새로운 ‘가짜 뉴스’법을 철회해야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법안은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IPI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날 “’가짜 뉴스’를 게시한 언론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국의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IPI는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DPK)은 의원들이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잘못된 정보(false information)를 게재했을 때 정정보도를 해야할 뿐만 아니라, 신고자에게 실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언론은 잘못된 보도가 의도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까지 지게 될 것”이라고 법안 내용을 소개했다.
IPI는 특히 “법에 신설된 처벌(penalties) 조항은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게시하고 신고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언론 매체에 적용되지만, 비평가들은 ‘의도’를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이 법안이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집권자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침묵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어 한국의 언론 자유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한국의 야당은 물론 여러 언론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한국의 집권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스콧 그리펜(Scott Griffen) IPI 부국장은 “전 세계 권위주의 정부들이 비판을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가짜 뉴스법’(fake news law)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가 이러한 부정적 추세를 따르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는 특히 “매우 모호한 개념에 기초한 가혹한 처벌을 도입함에 있어 이 법안은 언론의 자유에 명백한 위협이 된다”면서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 철회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리펜 부국장은 특히 “이 법안에 따라 예상되는 과도한 징벌적 손해액으로 인해, 언론 보도에 불만을 품은 개인이 언론인과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삼아 경제적 파탄을 주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가짜 뉴스’ 개념의 불확실성은 언론이 스스로를 검열하는 자기 검열의 위험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IPI는 “한국의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나쁜 법이며 한국의 언론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언론의 관점에서 진실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실제로는 가짜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을 함께 전했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연구원 등의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신문편집인협회, 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여기자협회 등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언론인 등 언론 관계자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다.
IPI는 신문방송 편집자와 미디어 임원 및 주요 저널리스트들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로, 언론 자유를 수호하고, 뉴스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증진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아 1950년에 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