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루시드폴(47·본명 조윤석)은 연예계 대표 엄친아다. 어릴 때 공부를 잘해 서울대 응용화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사는 ‘음악’이었다. 1993년 대학 1학년 때 제5회 유재하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고, 1997년 친구들과 밴드 ‘미선이’를 결성해 1998년 첫 앨범을 냈다.

가수 루시드폴/tvN '유퀴즈 온 더 블럭'

2002년 영화 ‘버스, 정류장’ OST로 인기를 얻고 있던 그는 돌연 유학의 길을 선택했다. 우연히 스웨덴 왕립공대 홈페이지에서 ‘학비·생활비·숙박 무료’ 문구를 보고 결정했다고 한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재료공학 석사를 마치고 유럽의 MIT라고 불리는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땄다. 2007년엔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 화학회(SCS)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루시드폴은 2009년 ‘레미제라블’ 앨범을 발표하며 다시 음악인의 길을 걸었다.

루시드폴은 27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진행자 유재석씨가 “스웨덴, 스위스 공과대학까지 진학했는데 어느 정도 이 분야에 대해 끝을 보겠다고 정한 게 아니냐”고 묻자 루시드폴은 “제가 사실 실험하고, 혼자서 고민해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했다. (좋아한 만큼) 열심히 했고, 충분히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게 안 남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펙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스펙이) 어디 가고 사라진 게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보장된 미래가 있는데 결과가 불투명한 음악의 길로 뛰어드냐고. 그런데 보장된 미래가 어디 있냐. 실제로 어느 분야의 어떤 일을 하든지 만만한 일은 없다. 연구하는 것도 너무 좋아했고, 정말 열심히 했지만 ‘아 그냥 여기까지구나’ 생각이 올 때가 있다. 제가 더 한다고 해도 더 잘할 거 같지도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제 진짜 전업 음악인이 되는 게 맞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루시드폴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뭔가를 개발하고 약품을 만들고 이런 일들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일을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결실이 지어졌을 땐 꼭 그런 건 아닐 수 있겠다고 했다. 저보다 더 훌륭한 연구자들이 있으니까 그냥 이 차에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에서 귤 농사도 짓고 있는 루시드폴. 그는 “처음에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었다. 제주도에 집을 얻어볼까 했는데 우연히 만난 분들이 농부들이셨고 땅을 빌려준다 하셔서 작은 귤밭을 빌려서 시작하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서울에 꼭 남아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며 스스로를 위해 제주행을 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