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호평 속에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연출 이정흠·극본 성초이)는 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영애의 변신과 도전이 돋보인 작품이다.
이영애는 떡진 머리를 한 방구석 게임 폐인과, 날카로운 추리를 펼치는 탐정의 모습을 넘나들며 열연을 펼쳤다. 엉뚱하고 괴팍하지만,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려 하는 따뜻함이 있는 구경이의 매력을 살려냈고, ‘이영애가 아닌 구경이는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시청률이다. 구경이는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는 1위에 오르내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에서는 2%대의 저조한 기록을 보였다.
낮은 시청률 때문에 제작진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때 이영애의 한마디가 이정흠 감독의 눈물샘을 자극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최근 진행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시청률이 저조할 때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나는 시청률 50% 넘게 찍어본 사람인데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나는 내가 즐거운 작품을 하는 게 중요한 사람인데 지금 작품을 하면서 너무 신나고 재밌고, 이 작품이 자랑스럽다. 감독님 지금 잘하고 있으니 어깨 펴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시면 좋겠다’ 들으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며 이영애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여기서 이영애가 언급한 시청률 50%를 넘긴 드라마는 MBC ‘대장금’이다.
이 감독은 이영애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본 배우 중 가장 디테일한 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대본 지문부터 대사, 이야기 라인까지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면 넘어가지 않는다. 까탈스럽다는 뜻이 아니라 ‘이건 왜 이렇게 됐고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내 생각은 이런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살피고 질문한다는 의미다. 구경이가 게임을 할 때는 구부정하게 있다가 추리를 할 땐 허리를 편다는 설정도 있었고 떡진 머리도 엄청난 연구의 결과물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