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련성 기자

사무실 의자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골똘히 나누는 한 남성의 뒷모습이 포착된다. 가죽바지에 체인 벨트, 체인 액세서리. 치렁치렁 긴 머리의 전형성까지 ‘장착’한 건 아니었지만, 목소리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록(rock)’의 ‘교복’을 차려입은 것만으로도 그가 손진욱임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이크를 뗀 그의 목소리, 들었어야만 했다. 자체 노래방 리버브(reverb·잔향이란 뜻으로 목욕탕 울림 효과 같은 것) 기능을 탑재한 듯 그의 양옆에 음향 증폭기가 달려있는 듯했다. 카랑카랑한데, 무척이나 기름졌다. 음계 ‘솔’과 ‘라’ 사이의 높은 목소리인데, 언뜻 감기에 걸린 듯 코맹맹이 소리인듯하다가도 듣다 보면 단단한 중저음을 내포하고 있었다. 단어 하나도 끝을 흘리거나 흩날리는 법이 없었다.

10년간 성대를 단련시켜 어떻게 고르게 접지하는지(목소리를 내기 위해 공명시킬 때 공기가 성대를 지나갈 때 붙었다 떨어지며 접촉하는 것) 부단히 노력했다더니 평소 말투부터가 발성연습의 연장선상인 것 같았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 톱 7에 오른 유일한 로커 손진욱. 대구 출신인 손진욱은 2015년 데뷔한 5인조 록밴드 ‘당기시오’의 메인 보컬. 록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객원 보컬로 브로큰 발렌타인 보컬이었던 ‘반’의 추모곡을 부른 바 있다.

그는 “7위에 오른 것만 해도 기적 같다”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록 장르를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는데 이렇게 최종 무대까지 살아남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세상에, 제가 팬클럽도 생긴 거 있죠!”라며 아이처럼 좋아하는데, “대구 싸나이”라고 담대하면서도 시크(chic)하게 소개했던 표정과 온도 차이가 어찌나 심한지 롤러코스터 같은 그의 무대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듯했다.

장련성 기자

◇록 밴드 10년…’국민가수’로 홀로서기에 도전하다

-밴드 출신인데, 홀로 ‘국민가수’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 밴드가 고등학교 때 교내 밴드로 시작했거든요.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서 음악 하다가 어느덧 10년 경력이 쌓이게 된 거죠. 크고 작은 대회 상도 타고,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르면서 조금씩 활동폭을 넓히긴 했는데 이전과는 조금 다른 각오로 대중에 나서보고 싶었어요.

보통 보컬이자 프론트맨이면 자존심이나 자존감 같은 게 높아야 하는데, 제가 그런 게 없는 편이었거든요. 그러다 축적된 시간 속에 제가 얼마나 성장했나, 내 이야기가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까, 대중의 시험대 위에 놓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볼까’하고 지원서를 쓰게됐죠.”

-직전에 ‘슈퍼밴드2′(JTBC)에도 출전했었어요. 손진욱씨의 탈락을 아쉬워하는 팬분들도 적지 않았죠.

“2라운드 탈락하자마자 바로 국민가수 지원서를 썼죠. 연속으로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게 힘든 일이긴 한데, ‘슈퍼밴드2′에서 저만의 록을 못 보여 드렸기에, 조금만 더 고생해보자는 마음에 신청하게 됐죠.

오디션 프로그램도 어떤 취지인가가 중요한 것 같은데, 슈퍼밴드는 팀원을 만나서 음악을 꾸려가는 것이 중요한데, 국민가수는 싱어의 보컬 능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쇼맨십, 무대를 어떻게 이뤄내는지 전체적인 조화까지 보는 거라서 저한테는 알맞은 프로그램이다 싶어서 꼭 나가겠다 마음 먹었던 프로그램이죠.”

-그런데 예심 장면이 방송되지 않아 속상했겠어요.

“방송상에 어떤 점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을까, 시청률에 도움이 될까 해서 결정하신 것이니 이해하죠. 다만, 제가 슈퍼밴드 때도 예심이 편집됐거든요. 두 번 연속 편집되다 보니 저는 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 제 노래는 대중에게 다가설 수 없나,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이 정말 많았죠.

또 상경부 4명 중에서 저 혼자만 빠졌으니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기죽지 않고, 여기서 포기할 애는 아니다라는 거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방송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비추는 게 유리하긴 했을 텐데, 뛰어난 실력에 ‘통편집 서사’까지 더해져 진욱씨를 응원하는 팬들이 급격히 늘었어요.

러브 포엠 부르는 상경부. 왼쪽부터 조연호, 김동현, 손진욱, 이솔로몬. 이들모두 톱 10에 올랐다. /TV조선

“예심 뒤 본선 1차전 ‘국민가수전’에서 상경부 친구들(김동현·이솔로몬·조연호)을 만나 ‘러브 포엠’ 무대를 꾸리는데, 우리 상경부가 너무 좋은 거에요. 연호도 올라갈 거고, 로몬이형이랑 동현이도 올라갈 사람이란 거 알고 있었어요. 모두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저도 같이, 따라 올라가고 싶은 거에요. ‘미스터트롯’을 보니 데스매치 다음 무대는 메들리 형식으로 전개되더라고요.

상경부 친구들이랑 메들리 한 번 더 해보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러려면 무조건 1대1 데스매치를 통과해야 했죠. 록 장르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거부감 주지 않고 함께 즐기게 할 수 있을까 내내 고민했어요. 악착같이 선곡했죠. 그게 ‘걸어서 하늘까지’에요.”

<이제 다양한 TV활동과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손진욱이 특유의 ‘샤우팅’을 ‘조심스레’ 곁들여 지켜봐달라는 당부와 각오를 전달했다. 촬영=최보윤 기자 >

◇상경부 친구들이 너무 좋아 혼을 쏟아부었다.

-임한별씨 표현대로 ‘접신’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다양한 표정이 존재하는 지 몰랐거든요. 정말 나홀로 전장에 나서서 승전보를 꽂고 온 개선 장군 같았달까.

“그게 다 상경부 때문이에요(웃음). 그때 방송 보시면 대기실이 나뉘어져서 저 혼자 있었고, 상경부 나머지 셋은 같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들 ‘진욱아 힘내라’ 해주시고, 리액션 엄청 해주시고 하니 너무 좋았죠. 덕분에 혼을 쏟아부었죠. 요즘도 상경부 형님들이랑 연호랑 매일 전화해요. 진짜 성격이 잘 맞아요.”

신들린 듯한 그의 무대에 ‘프레디손큐리(프레디머큐리+손진욱)’ ‘손조비(본조비+손진욱)’같은 별명이 쏟아졌다. 그중에서 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건 ‘다람지눅’(다람쥐+손진욱). 편집됐던 마스터 예심곡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 국민가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오른 뒤 탄생한 애칭이다.

후렴구 부분 입 모양이 마치 ‘내 (도토리) 어딨니’ 울부짖는 듯 보였다는 것. 그 덕분에 ‘도토리 어딨니’라는 밈(meme·인터넷에서 패러디나 재창작의 소재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이 빠르게 퍼지며 손진욱의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편집된 예심 장면.이 모습이 '내 도토리 어딨니'라고 말하는 장면같다는 팬들의 해석이 덧붙여지며 '다람지눅'이란 별명과 함께 인기를 얻었다/내일은 국민가수 유튜브

시작은 ‘통편집’이라는 ‘불행’이었는지 몰라도, 다져진 실력 앞에 불행도 무릎을 꿇은 것 같다. 기립박수를 몰고 다니는 손진욱의 청정 고음은 ‘인간 뚫어뻥’ 수준. 고막은 정화되고 답답한 속은 뚜껑 열고 시속 330km로 달리는 하이퍼카 애스턴 마틴 ‘발키리 스파이더’급이다.

‘로커’라고 하면 보통 강하고 거칠거나 파격적인 이미지의 자유인을 떠올리곤 하는데 손진욱표 로커엔 ‘귀여움’ ‘재간둥이’ ‘주머니 인형’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흉성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로는 급가속을 하는 데 연료(?)로는 프레첼 과자(손진욱이 좋아한다고 밝힌 과자), 그것도 체중 조절한다며 한두 개만 ‘뇸뇸’ 갉아먹고 있으니 극과 극의 조화로움이 ‘다람지눅’안에 녹아있다.

'니가 가라 하와이'를 패러디한 손진욱의 '니가 가라 대구' 장면/TV 조선

-’다람지눅’이란 별명을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팬분들 반응은 좀 보시나요?

“그럼요. 많이, 아니 다 챙겨보죠. 팬카페에 올려주신 좋은 말씀들에 얼마나 힘을 얻는데요. 전 다람지눅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귀엽고 예쁜 동물로 표현해주셨잖아요. 손진욱이란 사람에 대해 평상시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좋게 평가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너무 좋고 감사했죠.

그리고 또 제가 1대1 라이벌 전에서 ‘니가 가라 대구’란 말을 했는데 제가 얼굴을 손바닥으로 위아래 쓸어내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다람쥐 세수라고 해주시는 거에요. 또 다람쥐가 요렇게 하는 모습을 찾아 보여주시는 데 너무 귀여워서. 하하. 이런 걸 어디서 찾는 거지, 하면서 저도 보면서 ‘팬분들 진짜 대단하시다’ 감탄했어요.”

-그런데 ‘유튜브 라방’ 보니 좋아하는 라면과 간식 이야기를 하시다 칼로리가 높아서 자제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평소에 관리하시는 건가요?

“몸의 리듬을 파악하면서 살아요. 라면을 좋아한다 해도, 부을 것 같다 느낌이 오면 국물을 안 먹고 면만 먹거나 해서 조절을 해요. 프레첼도 한입 먹고 친구들한테 ‘너 먹을 래?’하며 넘겨요. 하하. 지금의 몸무게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거든요. 60킬로요. 그걸 유지해야 저한테 맞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중학생 때 살이 쪘던 경험이 있어서 조절하는 것도 있고,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 좀 통통한 편이었는데 사진 찍히니까 굉장히 보기 싫더라고요.

보컬이고 프론트맨인데 미적으로 최소한 관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제하고 자기 관리를 하게 됐죠. 모든 게 단련이잖아요. 성대 근육부터 시작해 1분 1초가 단련의 시간이죠. 또 로커다 보니 아무래도 꽉 끼는 바지를 많이 입는데, 어릴 때 쇼트트랙을 해서 그런지 체질 자체가 근육이나 많은 것이 하중에 집중돼 있어요. 살이 찌면 밑에서부터 찌거든요.

제 다리를 보면서 ‘안 되겠다 관리해야겠다’라는 생각에 스스로 조련하는 것이죠.” 손진욱은 7살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다고 했다. 당시 같이 배운 선배들이 전 국가대표인 진선유·신다운 선수 등이다. 5살 때 유치원 겸 어린이 스포츠단에 들어간 수영·스케이트·태권도 등을 배웠는데, 특히 인라인 스케이트 등 스케이트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자 코치가 그의 부모에게 쇼트트랙 선수를 시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고 했다.

◇”'마술사’ 선곡 때는 ‘하루만 더 달라’ 애원하기도’”

-국민가수 톱 7중 유일한 로커에요.

“제가 작전을 좀 잘 짠거 같죠? 하하. 준결승 1대1 라이벌 전에서 부른 ‘샤우트’(Shout)는 사실 데스매치때 터뜨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꼭 보여드리고 싶은 무대였거든요. 그런데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거 같은 거에요. 제 목표는 우선 록이란 장르를 더 쉽게, 더 많이 알리고자 하는 데 있었거든요. 저를 내세우기 보다는 대중과 먼저 호흡할 있는 게 무얼까 했죠. 그래서 어떤 분께는 추억도 자극하고, 또 신이 나기도 하는 ‘걸어서 하늘까지’를 먼저 보여드린 거죠.”

손진욱이란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걸어서 하늘까지' 무대. 마이크에 스카프를 다는 건 하나의 '상징'을 만들고 싶어서였다고. 동묘에서 구입했다고 했다./TV조선

-’걸어서 하늘까지’란 손진욱씨 목소리의 힘으로 최종 결승까지 닿았어요.

“록이라 하면 거칠고, 헤비메탈 같은 분위기를 우선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 벽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나, 누가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까 하는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대중이 록을 편하게 들으시는 게 무얼까 연구했죠. 예를 들어 ‘눈 내리는 밤은 언제나~’에서 호흡을 넣어서 살짝 좀 부드럽게 불러 더 들어보고 싶게 하는 것이죠. 너무 ‘강강강강’ 스타일로만 하면 듣기 힘들어지거든요.

‘저 고음 잘해요’라는 기인 대회가 아니잖아요(웃음). ‘중약’을 넣어 조절을 해줘야 듣는 분들도 편히 숨쉬면서 감상하실 수 있는 거죠. 음악 감독님이랑도 얘기 많이 했어요. 또 샤우트때 브릿지 부분에서 무릎 꿇고 부른 부분을 넣었어요.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관객이랑 소통하는 파트를 넣고 싶었거든요. 간주에 세게 들어갔다가 노래하는 부분은 청량하게 치고 올라가는 것이죠.”

TV조선

-’마술사’는 김태원 레전드에게 극찬을 받았어요. ‘미래에서 만나자’라시면서요. 마일스 데이비스 외에도 부활 보컬하셨던 박완규씨도 좋아하는 가수로 꼽으셨던 데요.

“‘마술사’는 정말 어렵게 찾은 곡이었어요. 부활 정규 앨범부터 싱글까지 30개 앨범인가? 다 다듣고 샅샅이 뒤진 것 같아요. 너무 고민이 돼서 작가님께 ‘하루만 더 주시만 안되냐’고 사정했죠. 새벽부터 듣기 시작해서 ‘마술사’라는 곡을 발견한 게 저녁 8시 정도였나? 부활 5집 Lonely Night(론리 나이트) 앨범 수록곡이었어요. 저도 그동안 부활 노래를 많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곡이 있었나? 했었죠. 이거는 일단 잠정적으로 골라두자 하고 또 한번 밤새 앨범을 다시 들어봤죠.

그렇게 다 듣고 나도 아무래도 ‘마술사’가 귀에 자꾸 들어오는 거에요. 그러다가 작가님들께 ‘이번엔 좀 서정적으로 해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작가님께서 ‘그래도 손진욱의 파워풀한 청량 고음을 기대하는 분들이 있지 않겠느냐시는 거에요’. 그 말씀에 괜히 왠지 모르게 반발심이 들더라고요. 제 주장대로 서정적인 노래로 한번 시도해보고 모니터를 봤는데, 아하! 경연엔 영 아닌거 같은 거에요. 역시 작가님들. 브라보. 단지 프로그램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수 손진욱’이 어떻게 돋보일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주신다는 마음에 더 힘을 얻었죠. 음악 감독님과 ‘마술사’를 파고 들었어요.”

-마스터님들 극찬의 연속이었죠.

“특히 박선주 마스터님이요. 미스터트롯 때 보면 고음에 대해 굉장히 지적 많이 하시던데, 저에 대해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저는 솔직히 정말 놀랐어요. 록의 불편한 점을 깨줬다면서, 손진욱을 현장에서 봤으면 좋겠다 말씀해주시는데 아, 지금도 소름돋아요. 이거 보이세요? 진짜 파르르 돋는다니까요. ‘당기시오’ 밴드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건 당연하고요, ‘슈퍼밴드2′에 나왔던 친구들도 다 연락 줬어요.

거기 황린이란 친구가 ‘형 제가 안 뽑아서 너무 미안해요’라면서 연락오고. 정말 너무 감사했죠. 제 노래 들어주신 시청자분들,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팬분들, 국민가수 응원해주신 국민 모든 분들 정말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가수는 성대가 보물이라 하잖아요. 그만큼 관리도 중요한데요. 그렇게 힘들이지 않은 듯 깔끔하면서도 듣기 좋게 만드는 비법이 있나요?

“목관리의 최선의 방법은 목을 많이 안쓴는 거에요. 준비 기간에는 많이 노래하지 않아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고음에서는 어떤 식으로 호흡을 얼마나 쓰고 내나 이렇게 하자고 계산을 완벽하게 한 뒤에 합주할 때 표출을 하는 거죠.

건조하게 두지 않고, 성대도 근육이다 보니까 기초부터 제대로 된 발성 연습이 필요하고, 단련은 물론이고, 쉬게 해줄 필요도 있어요. 아팠다가도 돌아오거든요. 노래 조금 한다고 과신하는 일은 절대하면 안되죠.”

-얼마 전에 ‘당기시오 밴드’ 공연에 박완규씨가 오셔서 함께 찍은 사진도 봤어요.

“그 공연 라인업이 굉장히 헤비메탈쪽에서 강한 분들로 주로 채워졌거든요. 그런데 8초만에 매진이었나? 저희끼리도 ‘이기 뭐꼬’하고 어리둥절 했잖아요. ‘국민가수’ 힘 덕분인 것 같고. 정말 감사했죠. 콘서트에서도 빨리 팬분들 만나고 싶어요.”

장련성기자

◇생각의 저변을 넓혀준 방탄소년단 무대에서 인생을 깨치다

-인생곡으로 방탄소년단의 DNA를 골랐어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로커로서는 예상하지 못하셨던 선곡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게 2017년에서 2018년 사이가 음악을 하면서 굉장히 힘든 구간이었거든요. 그때 TV에서 방탄소년단이 라이브로 ‘DNA’를 공연하는 걸 봤어요. 그때 한 대 맞은 듯했죠.”

-무엇 때문에 힘들었나요?

“저희가 대구 등지에서 각종 신인상 같은 걸 받으면서 서울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으며 공연하게 됐거든요. 처음엔 신이 났죠. 드디어 ‘당기시오’가 서울 팬들의 마음을 당기는구나 했죠. 초반에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 부르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신나게 불렀어요. 대구에서 서울까지 4~5시간 운전해서 올라가도 전혀 힘든지도 모르겠고 그 시간 자체가 정말 좋더라고요.

그런데 한 번은 ‘당기시오’를 알아주는 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했어요. 친구들을 부르지 말자 한 거죠. 그런데 관객이 딱 두 분 오신 거에요. 너무나도 소중한 관객이었지만, 어떻게 저희를 아시고 거기까지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했지만, 그래도 대구에선 그래도 알려진 밴드인데, 서울에선 도저히 안되는구나 우린 멀었구나, 그만둬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구 내려왔는데 친구들이 분명 자는 척은 했는데, 아마 저처럼 모두 뜬 눈으로 밤새는 거 같더라고요. 씁쓸하고 슬펐던 추억이었죠.”

-그때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게 된 건가요?

“맞아요. 정말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자괴감에 휩싸였을 때였는데, 방탄소년단 분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춤추며 동선 맞추면서 무대를 휘젓는데 음정 박자가 흔들리지 않는 거에요. 정말 반성 많이 했어요. 저 사람들은 얼마나 노력했을까. 저렇게 하기 위해 보낸 시간들과, 고뇌와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 우리가, 아니 내가 이런 걸로 찡찡댈 땐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공명했어요.

록만 바라보며 타 장르를 많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도 우리가 놓친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친구들한테 ‘우리가 너무 우리 곡만 하는 것 같다. 대중에게 다가 갈 수 있는 커버곡을 하자’고 제안했죠. 그래서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의 ‘페이크 러브’도 커버했죠. 저한테는 다시 음악에 대해 고찰하게 해준 변환점을 만들어 주고 변곡점이 된 노래였어요.”

-손진욱씨 DNA속 음악가적 기질을 찾는다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노래를 잘하시긴 하는데 프로는 아니시고, 제 9살 위에 형이 있거든요. 슈퍼스타K2에 나갔다 떨어지긴 했어요. 형도 음악을 좋아하긴 했는데 부모님 반대가 엄청 심해서 더는 도전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 모습을 제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으니까 반대가 정말 심하셨죠.”

-그럼 언제 노래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게 된건가요?

“제가 변성기가 좀 빠르게 온 편이라서 고음을 정립하는 게 남들보다 유리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땐 장기 자랑 나가고 그 정도였는데, ‘당기시오’ 밴드 친구들이 소중해서 노래하는 것도 재밌고, 놀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서 하게 된거죠. 전 그중에서 유일한 음악 비전공자거든요. 제가 그 친구들에게 음악을 배우는 입장이었죠. 제가 전공이 헤어디자인(계명문화대 뷰티코디네이션학부 졸업)이거든요.

그냥 그게 좋아 보이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자격증도 딸 수 있고요. 아버지가 미용이든 운동이든 ‘직업’이 되는데, 가수는 수많은 인물 중 스타가 되는 건 극소수니 정말 말 그대로 ‘프리랜서’인 거 잖아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셨던 거 같은데, 국민가수 나오고 완전히 달라지셨어요. 하하. 친척분 모두 난리죠. 마음 한켠으론 그렇게 걱정을 하셨어도 아들이 저리 좋아하는데, 잘 해내겠지 하고 믿고 계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껏 노래로 버틴 여럿 ‘손진욱’을 위한 노래 만들고파

-헤어디자이너 관점에서 지금 스타일을 바꿔주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연호 아니면 희석이요. 제가 특별히 잘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탑 세븐에서 고르자면 로몬이형? 로몬이형은 지금 스타일도 좋긴 한데, 뭔가 좀 더 센치 해줘도 될거 같아요. 고귀한 거보다 살짝 나쁜 남자 스타일? 그런 것도 어울릴 거 같아요. (웃음) 예심 때도 한 분이 펌(퍼머)을 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보조로 나서서, 파지랑 롯드(모발을 감는 도구) 드리면서 ‘5호 드릴까요 4호드릴까요’했죠. 하하.”

-지금껏 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활동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걸 즐기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국민콘서트’때가 정말 짜릿했던 거 같아요. 수백 명 앞에서 그런 감동을 맛본 게 얼마 만인지. ‘불장난’을 마무리하고 휘날리는 수건과 관객 호응과 박수, 이런 것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거에요. 흥을 갖고 있는 다섯의 무쌍마초(박장현, 조연호, 고은성, 하동연, 손진욱이 모여이룬 팀)가 모여 관객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가는 장면 자체가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스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장련성 기자

-이제 예능에서도 실력 발휘를 하실 시간이 다가왔어요.

“제가 정말 다양하게 살아 왔잖아요. 운동도 그렇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커피도 뽑아봤고, 햄버거집에서 말마따나 ‘그릴 마스터’라며 패티도 하루에 수백장 구워보고, 호프집 알바 뭐 안 해본 거 없고요. 대학 졸업하고 헤어샵 스태프로도 일했죠. 미술 빼놓고 예체능계에서 웬만한 건 다 해본 거 같은 데요? 하하. 현장에 투입돼 체험하는 건 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브이로그 같은 거나. 안그럴 거 같은데 뚱딴지같은 반전 스타일? 같은 모습이요. 특히 저희 상경부 넷이서 호흡이 잘 맞아서 뭐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들이 볼 때는 재미없으실 수도 있는데(웃음) 어쨌거나 저희끼리는 어딜 가든 오디오가 전혀 안비거든요. 네 남자가 토크가 이게 아주 아주… 하하.”

-’당기시오’ 앨범을 보니 편곡 참여는 물론이고, 작사도 많이 하셨어요. 싱어송 라이터로 활동하실 능력과 재능이 충분해 보이는데요.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가수 마일스 케네디(53)도 록밴드 ‘얼터브릿지’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면서, 싱어송 라이터로 솔로 활동도 병행하고 있죠.”

-’국민가수’를 두고 가사를 쓴다면 어떻게 쓰실까요?

“”손진욱 음악의 새로운 시작?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하는 식일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음악하고 버텨온 게 너무 고맙다, 이날을 위해 네가 노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는 가사를 쓸거 같아요. 이제 2월 말부터 ‘국민가수 톱 10 전국 콘서트’ 시작하잖아요. 형님들 아우들, 모두 비장의 무기를 단단히 준비하고 계시겠지만, 제가 먼저 말씀드렸죠. ‘다 편하게 노래하세요~. 제가 다 뒤집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