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 보도 움직임에 대해 MBC 내부에서 ‘왜 MBC가 검증도 되지 않은 유튜브 취재 내용을 보도해야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MBC 내 소수파 노조인 MBC노동조합(이하 MBC노조)은 14일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또 한번의 편파보도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야권 대선 후보 배우자와 관련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MBC노조는 MBC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MBC본부(이하 MBC언론노조)와 대립하고 있는 노조로, 출범 순서상 세 번째 만들어진 노조라는 의미에서 ‘제 3노조’로도 불린다. 조합원 규모는 50~60명 정도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MBC노조는 그동안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경영진과 손잡고 MBC를 장악,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여 성향 편파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MBC노조는 이날 성명에서도 “일부 인터넷·유튜브 매체가 녹음한 내용은 윤 후보 부부에게 불리한 내용을 편향적으로 편집해 놓았을 우려가 크다”며 “충분한 검증과 반론권 보장 없이 보도에 나서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편파방송의 위험이 높으며, 유튜버들이 자극적으로 취재하고 편집한 녹취는 그들의 매체에서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통화를 녹취한) 서울의소리는 친여 정치성향이 짙은 매체이고 상대에 대한 비방과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 취재행태로 유명하고, 서울의 소리와 취재방향을 조율하며 협업한 의혹이 제기된 열린공감TV도 이른바 ‘윤석열X파일’을 취재 보도한 유튜브”라며 이들이 취재한 내용을 공영방송 MBC가 보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한쪽으로 치우친 편파 유튜버들의 취재 내용을 공영방송 MBC가 ‘확성기’처럼 틀어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MBC스트레이트 /MBC홈페이지 캡처

MBC노조는 “(유튜브들이 보도한 이후)그 내용에 대해 담론의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이 이뤄진 부분이 있다면 이를 추후 공영방송이 보도하면 된다”면서 “진실을 정확히 보도하려면 공영방송인 MBC의 기자가 직접 녹취하여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자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대해서도 “그동안 스트레이트는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을 줄곧 외면한 반면, 대장동 사건을 법조계 전관 예우로 몰아가기 위해 특수부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 사건의 본질인 성남시 개발이익 상한철폐 문제는 부각되지 않는 식으로 몰아왔다”면서 “이는 검찰개혁이라는 정부 여당의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고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던 윤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데 일조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MBC 내부에선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추락을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스트레이트의 전신인 ‘시사매거진2580′과 달리,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이 ‘스트레이트’라는 이름을 단 이후,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는 취재 윤리도 무시하고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송 강령, 중립성 이런 것들을 내팽개치고 취재 대상에게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며 “오랫동안 MBC에 몸 담고 MBC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향했던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아내 김씨와 유튜브 채널 기자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방송하려는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MBC

아래는 성명서 전문

[MBC노조 공감터]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또 한번의 편파보도를 우려한다!

스트레이트는 공영방송 MBC의 고발프로그램이지만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을 줄곧 외면한 반면 지난 1년간 검사들의 전관특혜를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다.

지난 대장동 사건이 터진 이후인 지난해 10월 31일 ‘스트레이트’는 “현직보다 달콤한 전관들의 세계”라는 제목의 방송을 하면서 야당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하고 김수남 등 주로 특수부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본질인 성남시 개발이익 상한철폐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검찰의 전관문제로 집중되었다.

이뿐 아니라 스트레이트는 지난 한햇동안 놀라울 정도의 집요함을 보이며 검사 비판보도를 이어나갔다. 작년 9월 26일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의 사기 사건을 보도하면서 김대표의 야권 정치인 인맥과 함께 검사의 사법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7월 4일에는 라임사태를 보도하면서 김영홍 회장과 검사와의 술자리가 있었다고 고발하며 도주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6월 20일에는 김학의 출금 사건을 보도하면서 8년전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1월 31일에는 ‘전관특혜’ 주고받는 그들만의 ‘전관 카르텔’ 라는 제목으로 전관문제를 제기하면서 특수부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발했다.

이러한 스트레이트의 보도 스탠스는 검찰개혁이라는 정부 여당의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었고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던 윤석열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데 일조하였다.

이런 가운데 한 인터넷 매체인 ‘서울의소리’ 촬영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20여차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통화한 내용을 스트레이트에 제공하였고 이를 조만간 보도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서울의소리’는 친여 정치성향이 짙은 매체이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라면 상대에 대한 비방과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 취재행태로 유명하다.

이들이 또다른 진보 탐사 유튜브인 ‘열린공감TV’와 질문할 내용과 취재방향을 조율하면서 김건희씨와의 전화 녹취를 장기간 협업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열린공감TV는 이른바 ‘윤석열X파일’을 취재 보도해온 유튜브이다.

그렇다면 7시간의 전화녹취를 보도하는 것은 윤석열 후보 부부에게 불리한 내용을 편향성을 갖고 편집해 놓았을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반론권 보장 없이 보도에 나서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편파방송의 위험이 높은 것이다. 진보 탐사 유튜버들이 자극적으로 취재하고 편집한 녹취는 그들의 매체에서 공개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MBC노동조합의 입장이다. 그 내용에 대해 담론의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이 이뤄진 부분이 있다면 이를 추후 공영방송이 보도하면 된다. 진실을 정확히 보도하려면 공영방송인 MBC의 기자가 직접 녹취하여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옳다.

2022년 1월 14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