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 선생님!”
꼬꼬마 아이들 일곱명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합창처럼 스튜디오를 꽉 채운다. 노랑⋅연두⋅분홍 등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색으로 갈아입은 스튜디오에서 “저요! 저요!” 하며 열심히 손을 드는 모습에선 학구열 넘치는 교실이 재현된다. 깜찍한 차림의 아이들이 화사한 ‘꽃받침 마이크’에 얼굴을 대니 그 자체로 화사한 꽃다발이다. ‘내 마음에 저장!’
지난 17일 처음 방송된 TV조선의 새 예능 ‘개나리학당’은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국민가수’ 등 TV 조선의 경연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어린이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무(無)자극, 무첨가제, 무공해 ‘3무 예능’이다. 막내인 여덟 살 김유하부터 임지민⋅임서원⋅안율⋅김태연⋅김다현에 이어 맏언니 열네 살 류영채까지 일곱 천사는 퀴즈를 풀든, 노래를 하든, 춤을 추며 끼를 발산하든 어느 한순간도 꾀를 피우는 법이 없다. 정답이면 어떻고, 오답이면 어떠랴. 아이들의 유쾌 발랄한 세계관을 관찰할 수 있는 방송은 지금껏 그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던 모습. 그야말로 ‘세대 교감’의 현장이다. 한 시청자는 “과거 멕시코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처럼 순박한 아이들의 솔직하고 순수한 면모를 그대로 엿볼 수 있더라”고 했다.
‘뽕숭아학당’에서 능숙한 진행 솜씨를 선보였던 MC 붐(본명 이민호)은 ‘붐쌤’으로, ‘미스터 트롯’ 출신 정동원은 신입 교사 ‘정동원 쌤’으로 등장했다. 2020년 미스터 트롯 출연 당시 148㎝에서 지금 170㎝까지 훤칠하게 큰 정동원을 만난 아이들이 ‘아이돌 스타’를 만나는 양 신기해했다. 아이들의 환영을 받고 등장한 ‘정동원 쌤’은 “우리 삐약이”라는 ‘붐 쌤’의 말에 “이젠 장닭이 됐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미스 트롯2’ 출연 때부터 정동원에 대해 ‘존경과 애정’을 표했던 임서원은 “동원이 오빠를 오랜만에 본 데다 그 사이 훌쩍 크셔서 익숙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같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면서 커다란 눈에 하트를 잔뜩 담아 말했다. 인형 같은 외모에 남다른 춤선, 기름진 목소리로 ‘리틀 장원영’ ‘리틀 김태희’ 등으로 불린 임서원은 “‘뽕숭아학당’이 ‘최애’(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뽕숭아학당’의 어린이 버전인 ‘개나리학당’에 나올 수 있어 꿈만 같다”면서 “이곳에 춤 천재, 노래 천재 언니 동생들이 다 모여 있어 함께 배우면서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설 특집에 출연하는 드라마 ‘엉클’의 아역 이경훈은 평소 동경하던 스타로 정동원을 꼽은 바 있다. 이미 아역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경훈인데도, 가장 좋아하는 스타 앞에서 그도 ‘팬심’을 감추지 않았다. 귀까지 빨개져 “형이 정말 멋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미스터 트롯’ 당시 정동원의 ‘보릿고개’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안율도 ‘동원 쌤’의 등장에 큰 박수를 보낸다. 평소엔 시크한 느낌이지만 노래할 때는 완벽하게 변신해 감정에 녹아드는 게 안율의 강점. 그는 ‘국민가수’ 1회에 등장해 유튜브 145만 뷰를 기록했다. 안율은 “이전에도 TV에 나온 적이 있긴 한데 ‘국민가수’에 1회 등장했을 뿐인데 어떻게 알아보고 사인해달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져 깜짝 놀랐다”면서 “’개나리학당’에서 재능 많은 친구들과 퀴즈도 같이 풀고 노래 연습도 할 수 있어 매번 촬영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가 요즘 빠져 있는 노래는 이루의 ‘까만 안경’. 이석훈 마스터와 ‘살다가’ 듀엣도 꼭 해보고 싶단다. 지금은 ‘쌤’으로 만난 ‘정동원 형’을 보며 키워왔던 트로트의 꿈은 여전하다. ‘트롯 발라드’ 장르를 누구보다도 잘 해내고 싶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일곱 살 ‘사랑반’으로 출연해 유튜브 15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리틀 이선희’ 김유하는 여섯 살 때부터 노래를 듣기만 하면 절로 외워지는 모습에 가수를 꿈꾸게 됐다. “아이유 언니를 제일 좋아했고요, 특히 ‘국민가수’ 준결승에서 불렀던 ‘너랑나’ 좋아하고, ‘좋은날’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실은 제가 트로트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트로트를 들으면 가사도 한번에 외워지고. 그냥 노래는 다 좋은 거 같아요. 노래 때문에 이렇게 좋은 언니 오빠 삼촌들도 만나고(웃음).” 수줍게 웃으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에서 의연하게 경연을 치렀던 장면이 겹쳐진다. 그의 꿈은 가수도 아닌 아티스트. 작사작곡도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단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도 목표는 명확하다. “아이유 언니처럼 아티스트가 돼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솔로몬 삼촌처럼 다재다능하고 동현 삼촌처럼 노래랑 춤도 잘 하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저의 1위, 2위이신데(웃음). 평소에도 카톡으로 잘하라 해주셔서 좋아요”
옆에 있던 지민이도 “나도 아이유 언니가 롤모델이에요!”라고 덧붙인다. “아이유 언니의 ‘좋은날’ ‘잔소리’ 정말 좋아해요. 아이유 언니는 특별하죠. 저는 댄스 가수가 꿈이지만 아이유 언니처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득 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댄서를 꿈꾸며 다섯 살 때부터 댄스에 매진했다는 그. 댄스 신동 나하은을 동경하며 나하은이 다니는 학원도 다녔다는 지민. “여기서 댄스 1위는 단연 영채 언니죠. 언니가 많이 가르쳐줘요. SES 노래랑 블랙핑크의 ‘붐바야’ 공연했던 게 정말 기억나요.”
이 말을 들은 류영채는 “지민이 나이 때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저렇게 잘해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뛸듯이 기쁘면서도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맏언니라서 책임감도 컸다”고 했다. 영채는 동생들의 매력을 한 줄로 정리했다. 유하는 나이에 맞지 않는 괴물 같은 실력의 소유자, 지민이는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댄스 가수, 서원이는 춤도 노래도 되는 만능 엔터테이너에 음색까지 좋은 ‘음색 깡패’, 안율은 감정선에서 성인에 버금가는 ‘감성 마스터’라고 했다. 해외 팝스타 제시제이를 좋아한다는 영채는 스스로 “저는 미래 슈퍼 스타?”라고 웃더니 “하루에 춤 연습은 가볍게 5시간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