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안방극장을 책임지는 가족 드라마에 아버지가 딸을 감금하는 장면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의 항의를 받고 있다. 공식 게시판에는 “시대착오적인 부적절한 장면”이라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문제가 된 드라마는 토·일 저녁에 방송돼 매회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KBS 2TV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다. 해당 장면은 30일 전파를 탄 38회분 말미에 나왔다. 등장인물 박수철(이종원 분)은 딸 박단단(이세희 분)이 남주인공 이영국(지현우 분)과 교제한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둘의 관계를 반대한다. 이영국이 딸보다 14살 많고 3명의 자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 자물쇠 걸고 아침까지 “밥 주지 마”
논란의 장면은 박수철이 이영국 가족과 함께 있는 딸을 납치하듯 집으로 끌고 온 이후 시작된다. 박수철은 박단단을 힘으로 제압해 방 안으로 밀어 넣었고 자물쇠를 꺼내 방문을 걸어 잠근다. 이어 다른 가족들에게 “절대 문 열어주지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아내가 “지금이 조선시대냐. 방에 가둔다고 될 일이냐” “화장실은 어쩌냐”고 하자 박수철은 “말로 해서는 안 듣지 않냐. 그렇다고 그냥 놔두냐”며 “화장실은 신경 쓰지 말라. 지금 그게 문제냐. 헤어진다고 하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소리친다.
방 안에 갇힌 박단단이 “휴대폰이라도 달라”고 부탁하지만 박수철은 “헤어진다고 할 때까지 절대 안 된다” “입 못 다무냐” 등의 말을 하며 분노한다. 부녀의 감금 장면은 극중 이튿날이 되어서도 계속됐다. 가족들은 박단단을 빼놓고 아침 식사를 했고 박수철은 “밥 주지 말라. 배고프면 헤어진다고 하겠지. 그 말할 때까지 절대 밥 주지 말라”고 말한다.
곧이어 이영국의 어린 두 아들이 이들 집을 방문하고 박단단을 찾는다. 박단단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받은 듯 “저희도 같이 가둬달라. 같이 갇히겠다”며 대성통곡한다. 하지만 박수철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박단단을 가둬둔 채 출근한다.
◆ 화난 시청자 “내가 뭘 본 건가 싶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족 모두가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에 보기 부적절한 장면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딸에 대한 사랑을 폭행과 감금으로 풀어낸다는 게 전혀 공감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전개였다” “설 연휴 저녁에 딸을 감금시키는 아빠를 왜 봐야 하나”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 시청자는 “부모가 딸의 연애를 반대한다며 감금하는 것은 자녀를 독립된 개인으로 바라보지 않음을 드러내는 폭력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디어에서 이런 장면을 재현함으로써 자식이 부모로부터 억압받을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가 남고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사와 아가씨’는 이런 폭력성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공감하기보다 깜짝 놀란 적이 많다. 제작진의 장면 구성은 폭력성과 선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K-드라마를 주목하는 시대에 이런 스토리가 가당키나 한가. 내가 다 부끄럽다” “감금은 엄연한 중범죄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 아빠가 딸을 가두고 가족이 방조하는 내용을 KBS가 방송할 수 있나” “공익적,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다음 방송 말미에 부적절한 장면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문구를 넣어 달라”는 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