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방송 말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념 헌정 공연 영상이 전파를 탔다. 고생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영상이었지만 그 내용은 중국의 문화 공정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가장 먼저 한복을 차려입은 신봉선은 ‘아리랑’ 노래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자막에는 아리랑이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201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어 정준하가 붓글씨로 “우길 게 그리 없니”라고 쓰는 장면에는 한글에 관한 설명이 나왔다. 가야금 연주를 하는 미주의 모습에는 한복이 2022년 한국 문화대표 홍보유산으로 선정된 우리 민족의 고유 의복이라는 자막이 덧붙여졌다. 마지막으로 유재석이 김치를 먹었다. 방송은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가 한국의 김치를 국제식품 규격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 4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하자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 하는 ‘동북 공정’ 시도처럼 문화 공정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해서 있었기에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은 공분을 자아냈다.
앞서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내용이 실려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치를 둘러싼 양국 네티즌들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중국 내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수석연구원 발언을 인용해 “중국인들의 눈에는 단순한 반찬인 김치가 한국인들의 눈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보도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놀면 뭐하니?’가 한복과 김치 등에 관한 영상을 제작한 이유로 보인다.
외신은 이번 한복 논란에 따른 국내 반중 정서 원인을 과거 김치 표기 논쟁, 사드 배치 갈등 등으로 분석했다. 미국 CNN은 15일 “양국 간 문화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지난해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고 했다. 한복을 두고는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이 옷을 입어왔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한복 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반도의 것이자 조선족의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한국인이 홍콩 시위자에 대한 탄압,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 결여 등을 이유로 중국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와 다르게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성장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얼마나 다른지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