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백지를 글자로 빼곡히 채운 빽빽한 밀도에 ‘기피해야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고생 길이 훤할 것 같아서. 대본을 넘기며 작가님의 치열함·애정·철두철미함에 빠져들었죠. 이런 작품 피하는 건 배우로서의 사명감에 반하는 행위라 생각했어요.”
배우 임시완(34)은 25일 종영한 드라마 ‘트레이서’(웨이브 오리지널)에서 국세청 조사관 황동주를 연기하며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 국세청을 배경으로 ‘나쁜 돈’을 쫓아 시원스레 응징하는 추적 활극이다. 최종회는 닐슨 전국 기준 9%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분당 최고 12.5%까지 치솟았다. 임시완이 맡은 황동주는 ‘있는 자’들의 돈을 관리하던 전직 회계사로 ‘돈튀호테(돈 먹고 튀고 싶은 사람들과 돈키호테의 합성어)’라 불렸지만 아버지의 사망 이후 그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국세청 조사국에 뛰어든다. 고액 체납자 세금 징수부터, 국세청 내부에 기생하거나 또 외부엔 독버섯처럼 퍼진 돈세탁·탈세 등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 데 앞장선다.
임시완은 “해답은 대본과 현장에 있다”면서 “쉬운 드라마가 아니었기에 대본을 몇 번이고 더 봤다”고 말했다. 전직 국세청 관계자 등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익혔다. ‘똑똑한 또라이’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줄타기하듯’ 대본을 연구했다고 했다. “위트가 가벼움으로 변질할까 봐 그 적정선을 찾으려 늘 깨어 있는 자세로 노력했다. 생활 속 8할을 연기 생각하면서 보내는 것 같다. 어려운 도전을 해내야 더 값지게 얻어간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얻었다.”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으로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이후 영화 ‘변호인’(2013) 드라마 ‘미생(2014) 등을 거치며 ‘연기돌’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런 온’ 등으로 장르물·로맨스 등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 호평을 받았다. 임시완은 “흥행 여부나 상업성에 치우쳐 좋은 작품을 포기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후회 남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 대본을 더욱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