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다’는 단어가 눈앞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3일 종영한 tvN 토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나희도 역을 맡아 수많은 시청자를 ‘과몰입’하게 만든 배우 김태리(32)는 드라마 바깥에서도 여전히 생동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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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빌리면, “(이번 드라마는) 판타지 만화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예쁘게 보이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깨닫고, 포기하고, 책임지고, 이겨내야 할 것들투성이인 현실로 접어드는” 성인식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마지막 회 전국 11.5%(최고 13.7%) 시청률로 전국 기준 자체 최고 경신. 드라마는 끝났지만, 김태리가 분한 나희도와 상대역 백이진(남주혁 배우)의 ‘백도커플’을 마음에서 아직 보내지 못한 이가 적지 않았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극 중 ‘영원한 건 없으니까, 가져봤으니 중요하다’란 대사가 나오는데 청춘의 찬란한 빛을 쥐어봤다는 게 소중한 것 같다”면서 “사랑을 만화책으로 배운 희도가 현실에 발을 디디며, 몸으로 부딪히며 위대한 사랑을 할 자격을 얻어가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펜싱 신동이었지만 ‘좋게 포장해’ 만년 유망주로, 어쩌면 계속되는 실패에 선수 생활을 접었을지도 모를 나희도와 1997년 IMF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 ‘도련님’에서 한순간에 집안의 빚을 짊어진 ‘채무자’가 된 백이진(남주혁 배우)은 서로의 장점을 자신에게 이식하며 혹독했을 그 순간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견뎌내 간다. 누구나에게 하나쯤은 있을 법한 아픈 기억을 지닌 이 둘의 만남은 어느덧 동화(童話)처럼 시청자들을 동화(同化)시켰다.

나희도는 넘어져 생긴 상처에 마냥 울지 않고, 툭툭 털어내며 “백 프로의 비극도 없고, 백 프로의 희극도 없다. 그래도 너랑 내 앞에 놓인 길엔 희극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를 외치는 씩씩한 인물. 희망이 가슴에 살아 숨 쉬는 희도처럼 김태리도 무한 긍정주의자였다. “나도 슬프니까, (새드엔딩) 대본을 보며 ‘아, 왜, 바꿔줘~’라고 많이 찡찡댔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겪어내는 과정이 희도의 성장이기도 했다. 슬프지만 오키, 인정!”

2014년 CF로 데뷔한 김태리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주연을 맡으며 촉망받는 충무로 배우로 단번에 등극했다. 이후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승리호’ 등에 출연하며 호평받았다. 단아하며서도 조국을 위해 총을 들 수 있는 강인한 여성 애신(미스터 션샤인)부터 발랄한 여고생 희도까지 김태리의 스펙트럼은 무지개를 뛰어넘는다. 펜싱 선수 역을 맡으며 “운동을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운동했으면 ‘태릉 선수촌 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다시 태어나면 운동 선수가 되겠다”고 크게 외친다.

이 드라마를 하며 도망치고 싶고, 포기할 뻔한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김태리는 “버티기의 위대함을 배웠다”고 했다. “버텨내기만 하면 돼요. 이 시대 청춘 분들, 뭔가 힘들 때 버텨내는 것만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정말 위대하다는 것 알아요. 저도 응원합니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