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진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 등에 대항한 법적 제도적 투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입김에 흔들려온 공영방송 지배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함께 일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총체적 난국과 혁신 방향 토론회’에서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한 고발장을 공개하고, 법·제도를 활용한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성권 KBS노조 위원장은 “김의철 사장은 사장 임용 당시에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문재인 정부가 고위 공무원 임용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한 이른바 ‘7대 비리’에 해당 사항이 없다는 거짓 답변이 담긴 사장 업무수행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KBS이사회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약 12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KBS 내 양대(兩大) 노조 중 조합원수가 가장 많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노조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영풍 KBS노조 정책공정방송실장은 “시간이 걸려도 우리는 법적 제도적 투쟁을 통해서 거버넌스와 지배구조를 바꾸고자 한다”며 “민노총 언론노조 방식의 군중 파시즘적인 투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 초기 전(前) 정부에서 임명한 일부 KBS 이사에 대한 망신주기와 강의실과 집에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물리력 행사 등을 통해 일부 KBS이사를 몰아내고 사장을 교체한 경험을 갖고 있는 KBS로선 자신들이 비판했던 식의 행동을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토론회에 앞서 참가자들은 2017년 9월 KBS이사회에 참석하는 강규형 전 KBS이사에 대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 본부 직원 70여명이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며 린치에 가까운 물리력을 행사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황근 선문대 교수는 “과대 성장한 공공 미디어의 합리적 재편과 역할 정립, 경제적으로 독립된 공영방송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전 정부에서처럼)사장을 교체하고 이사진을 교체하는 식으로 나가면, ‘결국 이 정권도 똑 같구나’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의 자발적 정치 도구화가 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겉으로 아무 것도 한 게 없었지만 그 안에 있는 노조는 알아서 기었다”면서 “노조의 경영 및 편성 주도권 장악은 위헌 소지가 많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이나 MBC 등에 대한 민영화 주장에 대해선 “민노총 산하 노조가 장악한 방송을 어느 민간 사업자가 사려고 하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이제 공영방송에서 정치권력도 노조 권력도 손을 떼고 일종의 비무장지대를 만들자”고도 했다.
황 교수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 소유의 매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는 국가 권력이 언론에 대한 기득권을 양보하고, 노조와 같은 정치화된 집단이 공영방송을 전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실질적 감독기능을 지닌 독립된 공영방송 규제기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과 KBS노조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현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장겸 전 MBC사장,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 위원회와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3개 단체가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