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우리 이혼했어요2’에서 나한일이 유혜영을 위해 마련한 생일 파티 중“당신을 향해 다가가겠다”고 말한 뒤 서로 손을 맞대고 있다. /TV조선
이혼한 지연수 일라이 커플과 아들 민수. 같이 살게 해달라고 무릎꿇고 손모아 비는 민수(4화)의 모습에 많은 MC 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TV조선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양보하고 용서하고 재결합하기를…” “정말 잘되길 빌었는데 재결합 안 하는 게 서로를 위한 것 같네요.”

1980년대를 풍미한 미남 배우와 톱모델인 나한일·유혜영 커플과 톱레이싱 모델과 현역 아이돌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11살 연상연하 지연수·일라이 이혼 커플이 등장하는 TV조선 금요 예능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2(이하 ‘우이혼2′)에 쏟아지는 시청자들 반응이다. 시댁·친정 문제부터 자녀 양육까지 자신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인공들 사연에 시청자들이 크게 공감(共感)하고 있다. 넘쳐나는 행복한 커플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가 아닌, 이혼한 이들의 이야기를 앞세워 또 하나의 예능 장르를 탄생시킨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보다 이혼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갖는 새로움”이라며 “결혼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각자의 이름을 따 ‘유일 커플’ 혹은 ‘일류 커플’이라고 불리는 나한일⋅유혜영. 전(前)남편이 전처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함께 갈 여행지를 물색하느라 동분서주한다. 또 케이크에 꽃다발을 들고서 “내가 뚜벅뚜벅 한 계단씩 당신한테 다가갈게”라고 고백한다. 이미 두 번 결혼했다 이혼한 이들이 7년 만에 다시 만나 세 번째로 ‘재결합’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내가 많이 변했나”라는 나한일의 물음에 유혜영은 “너무 괜찮게 변했다”며 34년 전 약혼반지와 목걸이를 꺼내든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각본도 이렇게까지는 못 쓸 것”이라는 반응으로 화답했다. 이는 ‘우이혼2′만이 갖는 묘미.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식 관찰 예능이어서 연출과 편집이 개입되지만, 그래도 실제 커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높은 자극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라고 했다.

결혼식에 앞서 혼인신고부터 올릴 정도로 한때 뜨겁게 사랑한 것으로 알려진 지연수와 일라이 커플은 고부 갈등, 경제력 문제 등으로 매번 부딪친다. 화해할 것 같다가도 가슴속 깊게 맺힌 응어리가 삶을 짓누른다. 지연수는 “난 ATM에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난 너희 가족에게 돈 안 주고 써도 되는 하녀였다” 등 격한 감정을 쏟아냈고, 일라이는 “나는 너의 화풀이 대상이었다” “중간에 샌드백 된 느낌” 등으로 대응했다.

두 출연자가 숨김없는 민낯을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은 ‘내 전(前) 부인도 그랬어’라거나, ‘내 남편도…’라며 공감을 표현한다. 공감은 심리적 치유제 역할을 하는 법.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감동적인 드라마·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처럼 이 프로그램 역시 곳곳에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배치되어 있다”면서 “옛날의 잘못들이 자주 반복되는 모습보다 헤어진 커플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인간적으로 성숙해가는 모습을 좀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이혼2′는 지난달 8일 첫 방송 이후 5회를 이어오는 동안 동시간대 종편 예능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회 7% 가까운 시청률을 유지하며 지난달 29일 방송된 4회에선 순간 최고 9%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