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탈북 어민 북송 당시 판문점에서 북송 어민들이 주로 흉악범이나 테러범에게 쓰는 ‘케이블 타이(cable tie)’에 묶여 북한으로 넘겨진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조선일보 유튜브 라이브 ‘이슈포청천’이 최근 공개된 강제 북송 당시 판문점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당시 북송된 북한 주민 두 사람은 흰색 포승줄에 팔과 손목이 결박된 상태로 보이지만 사진 분석 결과, 검은 색 케이블 타이로 손목이 한 번 더 묶인 상태였다.

케이블 타이는 일상생활에서는 전선 등을 정리할 때 쓰지만, 대형 케이블 타이는 주로 해외작전 중인 미군 등 군에서 테러범 등을 진압할 때 주로 쓰고 있다. 가볍고 휴대가 쉬운 데다 묶는 힘도 강하기 때문이다.

흉악범이나 테러범 포박용 케이블 타이를 썼다는 것은 당시 정부 당국이 귀순 어민들을 테러범으로 분류한 것인지, ‘귀순의사가 없다’는 어민을 왜 케이블 타이로 묶었는지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 누가 무슨 이유로 강제 북송하는 어민들에게 이런 결박수단을 사용한 것인지 ‘이슈포청천’ 라이브가 그 책임 소재를 따져 물었다.

방송 직후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어민 신병을 북한에 인도한 사복 차림의 경찰 특공대가 케이블 타이를 묶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방송 직후 경찰청 대테러안전계 관계자는 ‘이슈포청천’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당시 경찰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 요청을 받고 갔기 때문에 포박 장비 등 아무런 장구도 없는 맨 몸 상태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북한 주민들은 포승줄에 몸이 묶이고 케이블 타이로 손이 결박된 상태로 앉아 있었다.”

경찰은 통상 수갑과 케이블 타이 두 종류 장비를 함께 휴대하고 다니지만, 이날은 어떤 장비도 없이 판문점 현장에 나갔고, 도착해보니 누군가가 이미 케이블 타이로 북송 주민들을 묶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판문점 현장에서 경찰이 호송 대상 주민들을 포박하지 않았다면, 국정원이나 국방부, 또는 당시 심문에 참여했던 또다른 누군가가 이들의 신체를 결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 과정에서 규명되어야 할 숙제다.

2019년 11월 북송을 대기하고 있는 어민의 모습.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북송을 대기하고 있는 어민의 모습.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TF’ 소속 태영호 의원이 경찰로부터 확보한 구두 답변에서도, 경찰청 관계자는 “(2019년 11월 7일) 경찰 특공대는 처음부터 (대원들이) 뭘 해야 한다는 것(지시) 없이 ‘7일에 호송 차량 두 대와 대원 여덟 명이 필요하다’는 얘기 정도만 듣고 판문점에 갔다”며 “사복 차림으로 장비도 없이 (판문점에) 도착해서야 (추방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임무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볍지만 묶는 힘이 강하고 풀기도 어려운 '케이블 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