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시작된 폭우로 수도권 교통이 사흘째 큰 혼잡을 빚은 가운데, 서울 지역 교통 정보 제공을 위해 설립된 TBS 교통방송이 교통 안내보다 시사 프로그램에 치중해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오전 TBS는 출근 시간대인 7~9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을 방송했다. TBS는 전날 9일에는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재난 특집 방송을 내보냈으나, 하루 만에 정규 방송 체제로 복귀했다. 하지만 폭우 후유증으로 인한 교통 혼잡은 10일에도 극심했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 강변북로 일부 구간(마포대교→한강대교, 동작대교→한강대교 단방향)이 한강 수위 상승으로 통제됐다. 반포와 잠원, 대치동 등 강남 지역 일대는 전날 침수된 차량들과 싱크홀 등으로 인해 차량 정체가 길게 이어졌다. 올림픽대로(가양대교~동작대교 양방향), 반포대로(잠수교 양방향)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주변 도로는 밀려드는 차량과 빠져나가는 차량이 뒤엉켜 혼잡을 빚었다. 도로 통제로 우회 차량이 늘면서 서울 시내 주요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극심한 정체를 빚은 것이다. 10일 오전 8시 30분 기준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7km대에 그쳤다. 평소 같은 시간대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23km 내외다. 이날 운전자들 사이에선 “교통방송 라디오를 통해선 충분한 교통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일일이 검색을 해야 할 판”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서울시의 올해 TBS 출연금은 320억원으로 TBS가 공적(公的)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재단의 사업 영역 중 1호는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 정보 제공’으로 규정되어 있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을 역임했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침수 피해로 출근길 정체가 이어지는 이런 때 역할을 하라고 교통방송이 서울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면서 “10일 출근길 교통방송 출연진은 전부 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 일색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장경태·고영인·정청래·송갑석 의원, 그리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출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현 정부가 재난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취지의 비판을 이어갔다.
본지에 제보 전화를 해온 조모(51·서울 서초구)씨는 “폭우기간 강남역 쪽으로 가는 동안 도로가 침수돼 당황했을 때 급하게 교통방송을 틀었는데 안내를 듣지 못했다”며 “TBS에서는 교통정보보다 정치시사방송만 나와 아예 틀지도 않고 직접 교통 상황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TBS 측은 “10일 오전엔 재난 특보를 진행할 만큼 비가 오지 않았다”며 “정규 방송 편성 시간을 일부 줄이고, 중간 방송을 통해 교통과 기상 상황을 안내했다”고 했다. TBS는 이날 오전 7~9시 중간중간 아나운서와 리포터 등이 등장해 한 번에 수 분 분량의 교통 안내방송이나, 종합뉴스 등을 통해 총 5차례 교통 상황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TBS는 호우 직후 서울 시내 교통 상황이 큰 혼잡을 빚은 10일엔 재난 특보까진 아니어도 중간 방송으로 전달한 것보다 교통 정보 비중을 더 높였어야 한다”며 “도로가 혼잡한 상황에서 교통방송을 틀어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시청자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TBS측은 본지에 “이번 폭우로 시민 안전을 위한 기상, 교통 관련 정보는 기후 위기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고도화해야 하는 영역임이 입증됐다”며 “TBS는 기후 위기 전문 프로그램과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등 재난 방송 기능을 전문화하고 고도화해야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나가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