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 김건희 여사 대역을 쓴 뒤 별도 고지를 하지 않았다./유튜브

MBC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 관련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김 여사와 외모가 비슷한 대역을 등장시켜 여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MBC는 11일 방송된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논문저자 김건희’란 제목으로 관련 의혹을 다뤘다. 이 방송 오프닝엔 김 여사와 외모,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이 비슷한 여성이 등장했다. 이 여성은 김 여사 과거 사진을 지나쳐 걸어갔다. 화면엔 ‘의혹’ ‘표절’ ‘허위’ 등의 글자가 삽입됐다.

이 여성은 김 여사 대역이었지만 방송엔 별도의 고지가 되지 않았다.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역을 사용할 경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9조(재연·연출)에 따라 해당 내용을 고지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조선닷컴에 “PD수첩이 김 여사 대역 고지를 하지 않은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MBC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MBC가 자막 논란에 이어 또 다시 도가 넘는 방송을 했다”며 “이러면서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PD 수첩’ 공식 유튜브 채널엔 12일 오전 9시쯤까지 관련 영상이 올라와 있었지만, 곧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와 관련 MBC는 12일 “전날 방송한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 편 프롤로그 등 일부 장면에서 표기없이 김 여사 이미지가 재연된 화면을 방영했다”며 “사규상 시사·보도 프로그램 준칙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 영상을 다시 보기가 가능한 사이트에서 모두 내리고, ‘재연’ 표기 후 다시 올렸다”며 “정확한 제작 경위 파악 후 합당한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 부적절한 화면 처리로 시청자들께 혼란을 끼쳐 사과 드린다”고 했다. 다만 오후 1시 기준 유튜브 채널엔 아직 ‘재연’ 표기된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관련 의혹을 다루는 방송에서 대역 및 재연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았다./SBS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는 비슷한 사례로 2020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문제가 된 방송은 2018년 7월 방송된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으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 대한 의혹을 방송하면서 대역 및 재연 고지를 불명확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알, 사실 왜곡에 이어 화면 조작까지…이 정도면 프로그램 폐지, 방송사 공개사과 해야지요”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그알’ 측은 “제보자 신변 보호를 위해 대역을 통해 재연한 화면”이라고 해명했다.

‘그알’ 해명에도 시청자 혼란을 유발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은 “재연이라고 알리지 않고 방송한 것은 문제”라고 판단,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 따라 향후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권고’를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