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화면

MBC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을 다룬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김 여사와 외모가 비슷한 대역을 등장시킨 화면을 방송하면서 이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방송윤리 위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에서 ‘자막 조작’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대역을 사용한 재연·연출 영상으로 시청자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MBC는 지난 11일 밤 방송된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편 도입부에서 김 여사와 외모, 옷차림, 헤어스타일이 비슷한 여성을 등장시켰다. 해당 여성이 김 여사의 과거 사진들이 걸려 있는 앞을 걸어서 지나가는 사이 화면에 ‘의혹’ ‘표절’ ‘허위’라는 글씨가 표시됐다. 하지만 이 장면이 나가는 동안, 화면 어디에도 대역을 사용한 재연 영상이라는 것을 알리는 고지(告知) 자막은 보이지 않았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은 재연·연출의 경우 ‘시청자가 이를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연출한 화면임을 자막으로 충분히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MBC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MBC는 1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 편의 프롤로그 등 일부 장면에서 ‘재연’ 표기 없이 김 여사의 이미지가 재연된 화면이 방영됐다”며 “부적절한 화면 처리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MBC는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 동영상을 다시 보기가 가능한 모든 사이트에서 내렸고, 화면에 ‘재연’ 표기한 후 다시 올릴 계획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MBC에 대해 ‘조작 방송’ 공세를 이어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MBC는 국익을 훼손한 (대통령 비속어) ‘자막 조작’ 방송 때와 하나도 달라진 점이 없다”며 자막 조작 방송이 문제되자 보복성 방송을 편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PD수첩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동양대 직원 인터뷰를 대역이 재연하는 형식으로 방송에 내보냈고, 2020년 검언유착 보도 때도 전체 40여 분 분량 중 7건을 대역 인터뷰로 채웠다”면서, 민감한 사회 이슈를 방송하면서 대역·재연을 쓰는 행태가 과거에도 있었음을 지적했다. 당시 방송에선 대역 재연임을 고지했음에도, 핵심 인터뷰의 상당 부분을 성우 목소리를 녹음한 음성들로 채워 프로그램 내용의 신뢰성에 의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취재 내용을 보여주는 사실 보도가 원칙”이라며 “재연 연출 화면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