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에 볼륨 높이려니 주변에 소음 피해줄까 봐 걱정됐었는데 자막이 있으니 정말 좋아요. 내용 전개도 훨씬 이해하기 쉬워졌어요.”
최근 SBS가 일부 드라마 재방송에 자막 서비스를 선보이자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에 오른 반응이다. 지난달 11일 종영한 드라마 ‘법쩐’이 그 시작이다. 9회 재방송부터 자막을 입힌 것.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왜오수재인가’ 등 예고편에 자막이 나오는 건 가끔 있었지만 공중파 채널 드라마의 방송 내내 자막이 등장하는 건 ‘법쩐’이 처음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선 자막 서비스 설정이 가능하지만, TV에선 현재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반엔 ‘우리집 TV가 잘못됐나. 무슨 일인가’ 같은 문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재방송에 자막 서비스가 도입된 것을 알고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후 지난달 14일 종영한 ‘트롤리’와 지난달 17일 시작한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도 재방송에 자막이 등장한다.
SBS 관계자는 “OTT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미 한국어 자막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 대사가 많거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장르물의 편성 비중이 높아지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자막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다만 OTT와 달리 TV프로그램의 경우 자막 설정을 선택할 수 없고, 일괄적인 자막 도입으로 인해 연출적 요소나 연기에 대한 집중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본방송 반영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막 방송은 공중파 채널 드라마에선 이제 시작이지만, 종합편성 채널 드라마에선 일부 시도된 바 있다. 2년 전 종영한 채널A의 역사 재연 드라마인 ‘천일야史’를 비롯해 지난해 방영된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 3에서도 일부 자막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에서 혼령으로 등장하는 노주현의 대사가 자막과 함께 나온 것. 다른 출연진의 경우 속마음을 자막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TV조선 측은 “임성한 작가님이 대본에 ‘자막으로 넣을 것’이라고 명시한 부분”이라면서 “자막으로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캐릭터의 속마음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공감대와 감정이입을 이끄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심리표현 메타포”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성한 작가는 오는 6월 TV조선을 통해 타임슬립 판타지 멜로 드라마 ‘아씨 두리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임 작가 특유의 자막 사용 방식이 어떻게 활용될지도 관심이다.
OTT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시청 방식에 맞춰 TV 드라마에선 자막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면, ‘자막 잔치’로 통했던 예능에선 반대로 자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OTT를 통한 전 세계 시청층을 고려해 자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리얼리티쇼 ‘피지컬: 100′의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 피지컬 100의 경우 자막을 줄이되, 특수 카메라로 표정이나 근육, 땀방울 등을 극대화해 자막을 대신했다. 2월 셋째 주 기준으로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의 비영어 TV 톱 10 목록에서 4500만 시간 이상 시청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영국 BBC는 “K팝과 K드라마의 지배력을 고려할 때, 한국 버라이어티 예능의 성공도 보장된 것 같지만 실제 해외에서 통하지 못했다”면서 “대본 없이 진행되는 ‘K리얼리티 쇼’가 전 세계에 통할 새로운 K컬처가 될 것 같다”고 평했다.
BBC는 한국 예능 프로듀서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식 버라이어티쇼는 가족들을 TV 앞에 모이게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진화하며 독특한 재미를 추구해왔지만, 너무 많은 말과 단어가 있어서 번역과 소화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지난해 기준 전체 넷플릭스 회원의 60%가 한국 프로그램을 시청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해외 시청층을 고려해 자막을 줄인 리얼리티 예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