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양자경(楊紫瓊·양쯔충)이 수상소감에서 여성들을 향해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SBS가 이 내용을 전하면서 ‘여성’을 빼고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리포트는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됐다

양자경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양자경의 수상 소감 가운데 일부는 이랬다.

“오늘 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트로피는 희망과 가능성의 불꽃이다. 꿈이 실현된다는 증거다. 큰 꿈을 꾸고, 꿈이 실현된다는 걸 보여달라. 그리고 여성 여러분, 그 누구도 여러분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도록 두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For all the little boys and girls who look like me watching tonight, this is a beacon of hope and possibilities. This is proof that dreams - dream big - and dreams do come true. And 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 you’re ever past your prime. Never give up.)

SBS는 13일(한국 시각) 8뉴스를 통해 이를 보도하며 양자경이 “그리고 여성 여러분”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영상에서 편집하고, 자막에도 담지 않았다. SBS 보도를 보면 양자경은 “저의 수상은 희망과 가능성의 증거입니다. 다른 이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KBS와 MBC는 양자경이 여성을 언급한 부분을 빼지 않고 보도했다.

/S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이를 본 일부 시청자들은 S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양자경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왜곡한 것 아니냐”, “왜 굳이 ‘여성’을 빼나”, “수상소감을 왜 바꾸나” 등 비난을 쏟아냈다.

거센 논란에 14일 오후 SBS 뉴스 유튜브 채널에는 해당 리포트가 포함된 전날 방송 영상이 비공개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조선닷컴은 14일 SBS 보도국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양자경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도 여성 인권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나는 60세이고, 이제 첫 오스카상을 받았다”며 “인내심이 뭔지 알고 있고, 사회가 여성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 경험이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영웅들의 경험과는 전혀 비교가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기쁨의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재난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며 “재난 상황을 회복하고 다음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대응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