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오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연어처럼 트로트의 품으로 돌아왔네요. 불러주는 곳은 없었지만, 노래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자비(自費)로 미니 앨범도 내 봤었거든요. 이렇게 무대에 서서 맘껏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셔서,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TV조선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에서 6위를 차지한 진욱(30)은 “매 라운드 목숨 건다 생각하고 준비했다”면서 “살아남으려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하니 평소 해보지도 않은 윙크에 손하트, 골반 돌리기까지 튀어나와 나도 놀랐다”며 웃었다.
과거 신동이었거나 최근 앨범을 낸 ‘샛별부’로 출전해 본선 1라운드 팀미션 진(眞)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실크 미성’이란 애칭이 붙었다. 태평소를 한 달 만에 전공자처럼 마스터하는 독한 기질도 선보였다. 진욱은 “당시만 해도 ‘쟤가 왜 진이야’ ‘태평소만 불면 진 되냐’ 같은 시청자 댓글이 적지 않았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데스매치 때 작정하고 예심 진(眞)인 (박)지현이를 선택해, 떨어지더라도 화제는 일으켜보자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무대는 그에게 절실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트로트 신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8살 때 1집 앨범을 낸 이후 초등학생 시절 이미 3집 앨범까지 낸 ‘꼬마 가수’였다. 9살 때 ‘남인수 가요제’에 출전해 형·누나들을 제치고 청소년부 최우수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방송 경력은 이보다 더 앞선다. 6살 때 우연한 기회로 TV에 출연해 KBS ‘혼자서도 잘해요’ 등 어린이 프로그램에 2년간 출연했다. ‘태조 왕건’ 등 아역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학교 활동도 열심히 해 리더십 있는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 가는 각종 시·도 웅변대회를 휩쓸기도 했다. 도내 육상대회에 입상할 정도로 악바리였다. 다방면으로 눈에 띄는 학생으로 각종 매체를 장식하기도 했다.
노래 장르도 확장시켰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옛 국악예고)에 진학해 뮤지컬을 배우며 KAC 한국청소년뮤지컬경연대회에서 금상도 받았다. 이번 경연에서 5위를 차지한 최수호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이십대에 접어들면서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아버지가 간암으로 투병하시면서 생계를 짊어져야 했죠. 공사판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그 사이 노래를 향한 제 꿈은 접어둘 수밖에 없었죠. 살아야 하니까요.”
30대를 앞두고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어릴 때 마냥 빠져들었던 트로트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계속 준비하고 있다가 미스터트롯2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어요. 하늘이 저를 버린 건 아니구나 생각했죠.”
이제 친구 이상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친해진 ‘미스터트롯2′ 동료들과 서로의 옷 품평회를 하다 누군가 문득 말했다. “기스 난 안경 좀 이제 그만 써요.” 출연료 500만원을 평택시에 기부한 뒤였다. 어린 시절 각종 행사 등으로 번 수익을 거의 기부해왔다고 했다. “노래하는 동안 제가 행복하고, 듣는 사람들도 즐거워하잖아요. 그거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