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는 경영본부장, 인사팀장 등 노동조합법상 ‘노조원이어서는 안되는 회사 측 인사’ 상당수가 민노총 계열인 제1노조에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3노조는 재작년초 기준 MBC 보직자 148명 가운데 132명이 1노조원으로 표기된 MBC 작성 문건을 10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제1노조를 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MBC 상암동 사옥 전경

제3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노조 MBC본부(1노조)의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MBC문화방송의 보직자 132명이 본부장, 국장, 부장, 팀장 등의 관리자 신분도 유지하고 있다는 MBC의 공적인 문서가 발견됐다”고 했다.

3노조 주장의 근거는 MBC가 2019년 자사 직원 A씨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이었다. 당시 A씨가 “MBC 모든 보직 부장과 팀장이 1노조원”이라고 공격하자, MBC는 “허위주장”이라며 2021년 2월 기준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보직을 맡고 있는’ 구성원 명단을 현황을 공개했다. ‘148명 중 16명은 노조원이 아니니 A씨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었다.

제3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장 직속의 ‘미래정책실’ 실장과 노조원들의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인사부장’이나 ‘법무부장’도 MBC본부 소속 조합원 신분을 유지했다. 또 정책기획부장은 물론 경영을 직접 책임지는 경영본부장도 언론노조원이었고, 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 사회에디터, 경제산업에디터, 탐사기획에디터, 디지털뉴스에디터 등 보도부문 간부 대부분이 1노조원이었다고 3노조는 밝혔다.

제3노조는 “MBC는 보직부장이 직원의 인사고과 가운데 성과평가를 최종 결정짓기 때문에 보직부장은 직원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역할을 상시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보도국의 경우 취재지시, 출장지시 등의 구체적인 업무지시 및 관리감독권한을 회사를 대표하여 행사하고 있다”고도 했다.

2021년 2월 15일 기준으로 MBC의 주요 보직자는 148명이었다. 이 가운데 89.2%가 제1노조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수노조 가운데 보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제3노조는 “회사의 보직 가운데 90%를 장악한 언론노조는 사실상 ‘어용노조’라 아니할 수 없으며 엄정한 노동청의 조사를 통해 문화방송 사업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제3노조는 “MBC본부는 그동안 ‘어용노조’이면서도 교섭대표노조의 권한을 행사해 각종 단체협약과 근로시간면제협정을 맺어 왔다”며 “’합법노조’를 참칭해 MBC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를 부당하게 축소하고 MBC노동조합의 교섭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했다.

노조법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자, 사용자나 사용자의 이익 대표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순수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인사부장은 사용자 측을 대표해서 노조와 교섭하거나 사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데, 그런 사람이 노조원일 경우 ‘적과 내통하는’ 상황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며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요소가 다분히 엿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