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을 보도하면서 별도 고지(告知) 없이 김 여사와 외모가 비슷한 대역을 등장시킨 화면을 방송한 것과 관련해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 처분을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11일 방송된 MBC 'PD수첩' 도입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외모, 옷차림, 헤어스타일이 비슷한 여성이 나오는 장면. 대역을 쓴 것인데 MBC는 별도 고지를 하지 않았다. /MBC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지난해 10월 11일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방송분에 대해 5명의 심의위원 중 ‘권고’ 3명, ‘의견진술’ 2명으로 법정제재보다는 낮은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

PD수첩은 문제가 된 방송 도입부에서 김 여사와 외모, 옷차림, 헤어스타일이 비슷한 여성을 등장시켰다. 해당 여성이 김 여사의 과거 사진들이 걸려 있는 앞을 걸어서 지나가는 사이 화면에 ‘의혹’ ‘표절’ ‘허위’라는 글씨가 표시됐다.

이 장면이 나가는 동안, 화면 어디에도 대역을 사용한 재연 영상이라는 것을 알리는 고지 자막은 보이지 않았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은 재연·연출의 경우 ‘시청자가 이를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연출한 화면임을 자막으로 충분히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PD수첩은 또 해당 방송에서 “어렵게 연락이 닿은 내부 관계자”라며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관계자를 한 명 출연시킨다. 얼굴은 흐리게 처리되고 목소리도 변조되어 마치 실제 인물을 만난 것처럼 등장했다. 실제로는 대역배우를 썼는데, 방송에서 ‘재연’ 자막은 쓰지 않고 ‘음성 대독’이라고만 표기했다.

김우석 위원은 “재연 같은 경우 방송사들은 우월적 지위에서 이런 연출을 꽤 하는데 민원인들은 큰 손해를 봤어도 그 부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도 그렇다. 이 안건을 집중적으로 심의해 전례를 남겨야 한다”며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자고 했다.

황성욱 위원도 “방송사에서 재연 고지는 기본이다. 특히 국민대 내부 관계자 인터뷰는 재연인데도 음성 대독으로 표시한 것은 특정인을 비판하는 방식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며 의견진술 의견을 냈다.

반면 옥시찬 위원은 “MBC 측이 이미 재연 미고지에 대해 사과했고 홈페이지에 수정된 영상을 게재했기 때문에 법정 제재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권고’ 의견을 냈다.

김유진 위원은 “관련 조항을 보면 시청자가 재연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꼭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 김 여사 대역이 나오는 부분은 시청자가 재연임을 쉽게 알 수 있다”며 “또 재연 표기를 안 한 게 보도의 핵심 내용을 바꾼 게 전혀 아니다”라며 권고 의견을 냈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김 여사와 메이크업을 비슷하게 해서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대역이나 재연이라는 걸 확실하게 고지했으면 오해 소지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방송사가 사과한 것으로 봐서 법정 제재까지는 안 가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이와 함께 특정 인물이나 현안 등에 대한 여론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조사 방법이나 한계를 소개하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도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2022년 10월 3일 방송)’에 대해서도 권고를 의결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 때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장병들이 ‘국군의 사명’을 연호한 것에 대해, 진행자가 북한이 연상됐다고 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현재 폐지)’ 2022년 10월 3일 방송에 대해서는 ‘의견제시’를, 진행자가 한동훈 법무장관 미국 출장 목적이 암호화폐 이용 대북 송금 등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한 같은 프로그램 2022년 10월 7일 방송에 대해서는 ‘권고’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