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와 관련해 8일 김의철 KBS 사장이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를 철회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KBS 내부에서 비판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를 자신의 거취와 연계하며 “전임 정권에서 사장이 된 저 때문이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는데, KBS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장인가 정치인인가” “분리 징수를 정치문제로 못 박아 버렸다” “그 다음 자리 생각하는 건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9일 KBS 내부망에는 김 사장의 전날 기자회견을 성토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 가운데 ‘성질나서’라는 제목의 글을 쓴 KBS 네트워크운영부 소속 A씨는 “씨도 안 먹힐 원론적인 기자회견하고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신 건가”라며 “직원들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직원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기민하고 절박하게 행동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찬성 383개, 반대 78개를 받은 이 글에는 “되레 (수신료) 분리 징수 건을 정치 문제로 못박아버렸다” “기자회견은 왜 한 건가. 사장님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얻으신 건 무엇이냐” “KBS 구성원들의 미래를 불구덩이 속으로 넣고도 밥은 제대로 들어가는가”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절대 나갈 생각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여럿이다. 한 KBS 직원은 ‘사장인가요, 정치인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장 사퇴를 먼저 하고 수신료 분리 징수 철회를 요청해도 될까 말까 한 사항인데, 그 와중에 ‘분리 징수 철회하면 사퇴한다’고 조건을 다는 건 (정치권에) 투사처럼 보여서 핍박받고 물러난 사장처럼 보이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다음 자리 생각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끝까지 이기적”이라고 썼다.
또 다른 KBS 직원은 ‘사장이 진짜 회사를 최대한 망쳐주셨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사장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을 지적하며 “KBS는 망해도 사장님 이득을 최대한 챙기는 방법은 무엇인지 상상 초월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라고 했다. 여기엔 “(더불어민주당에) ‘나는 현직 대통령에게 대든 투사’라는 이미지만 보여주고, 수신료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역 주재 총무국에 근무하는 B씨는 “KBS본부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조직이 아닌, KBS 내 자립 노조로 변신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하는 것이 KBS 독립성을 높이고, 정치적으로 영향 적게 받는 환경으로 만들 것이며, 결과적으로 KBS가 외부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적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영진 외에 일반 사원까지 포함한 ‘전 직원 비상 대책 대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보인프라부에 근무하는 직원 C씨는 “결국 올 것이 오고 있다. 태풍은 이미 시작됐고 점차 KBS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빅브라더와 빅마우스들의 생각과 행동이 나타낸 처참한 결과를 보았고 이제는 필부필부의 지혜와 단합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5000 사우들이 이제는 이야기할 때가 됐다. 전직원 비상대책 대토론회를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