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의철 사장이 내부 직원 1080명의 실명을 건 사장 사퇴 요구 성명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내부망에 호소문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신료 분리에 대비해 재무적 대비를 하고 있으며, 고용과 임금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때가 되면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21일 KBS에 따르면, 김 사장은 19일 내부망에 올린 ‘KBS 구성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구성원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당시엔 KBS 내부에서 김 사장과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 사장이 글을 올린 바로 다음날 KBS에서는 직원 1080명의 실명을 건 사장·이사진 사퇴 요구 성명이 발표됐다. 무능과 편파방송에 대한 책임을 지란 요구였다.
하지만 19일 글에서 김 사장은 “사장으로서 KBS를 지키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 여러 날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다”며 “현 상황에서 제가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일은 저로서는 가장 손쉬운 선택지일 것이다. 동시에, 가장 무책임한 선택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김 사장은 “제가 생각하는 사장으로서 제 책임의 끝은, 대통령실이 갑작스럽게 쏘아 올린 혼돈의 상황을 통제 가능하며 질서 있는 영역으로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혼란한 상황이 수습되는 국면이 되면 언제든 자리에서 내려올 의향이 있다”라고 했다.
김 사장은 “무분별한 혼란이 KBS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재무적 대비를 비롯한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하고,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분리 징수가 이뤄지면 당장 회사가 구조조정에 착수하거나 임금을 삭감할까봐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회사는 분리 징수 강행에 대비한 재무적 대비를 하고 있으며, 당장 고용과 임금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드린다”라고 했다.
김 사장은 “향후 몇 주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저는 사장으로서 경영진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지금은 작은 생각의 차이들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의 소중한 일터이자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 데 다 함께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9일 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문제와 관련해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철회되는 즉시 저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라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분리 징수와 KBS 사장 거취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김 사장뿐만 아니라 KBS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까지 포함한 경영진 총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에는 KBS 직원 1080명이 “공영방송 KBS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비상한 결단, 과감한 행동이 없이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김 사장과 이사진의 총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같은 날 KBS는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해 최근 입법 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개정 절차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