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우리 아군이 없다.” “국가 배상 청구가 가능한가.”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5일 민노총 소속 언론노조 KBS 본부 주관으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수신료 분리 징수의 법·제도적 쟁점을 진단한다는 취지로 열린 행사다. 민변 출신 변호사와 언론학과 교수들을 모아놓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분리 징수 이후 국면을 우려하는 KBS 조직원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수신료 분리 징수의 법·제도적 쟁점 긴급 토론회'에서 KBS 직원들이 토론 패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KBS 2노조 유튜브

토론 패널로는 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인 김성순 변호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심영섭 교수,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최우정 교수와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이창현 교수가 나왔다. 김태일 전 장안대학교 총장은 사회를 봤다. “수신료 분리 징수의 졸속 처리가 왜 반(反)법률적인 것인지, 왜 반헌법적인 것인지 충분히 논의해보자”는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 발언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김태일 전 총장은 KBS의 ‘게으름’과 ‘태만’을 언급했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잘 했느냐’ 이런 질문에 ‘잘했다’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게으르고 태만하고 또 오류가 있었고, 또 착오도 있었고, 뭐 여러 가지 실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아주 불안정한 지배구조의 탓이 거의 팔 할일 것”이라며 “KBS에 필요한 것은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후견주의를 분리 수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우정 교수는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일 수 있기 위해서는 인적·물적·재정적으로도, 또 사회단체, 기업, 그리고 소위 노동 단체로부터도 독립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독립돼 있지 않았을 때는 공영 방송이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독일 사례를 들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실현하고 보장하는데는 재정 독립과 인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 김성순 변호사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KBS의 재정에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신료 분리 징수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KBS가 따를 의무가 있다고 생각도 들지 않고 (수신료를 위탁 징수하는) 한국전력도 따를 의무가 없다고 본다”고도 그는 주장했다.

심영섭 교수는 “어떤 조사를 하든 국민의 대부분은 수신료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KBS에) 들어오는 공격이 아예 근거 없는 공격들은 아니다”라며 “KBS는 (비판에 대해)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현 교수는 “시민들은 ‘이러다가 (수신료를) 안 낼 수 있는 거 아니야. 불편할 거 없지. 넷플릭스 보면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KBS 전체 구성원은 이 국면을 성찰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패널 토론 뒤 KBS 직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직원은 “현 법 체제에서 분리 징수를 막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또 다른 직원은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아무도 우리 아군이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분들도 저희 편이 아니고 정치인들도 누구도 저희 편이 없는 거 같다”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라고 질문했다. 패널들은 ”국민을 믿고 외로워하지 말라”고 답했다. 자신을 KBS본부 수석본부장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된다면, KBS가 현 정부를 향해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물을 수 있는 배상 책임은 어떤 것이 있는가”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